변죽만 울리는 반복되는 아동학대 대책!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하고 근절할 수 있는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16/01/29 [05:26]

변죽만 울리는 반복되는 아동학대 대책!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하고 근절할 수 있는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입력 : 2016/01/29 [05:26]

최근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와 그에 이은 사망 및 사체 훼손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친부모의 수년 동안의 학대를 견디다 못 해 배관을 타고 내려와 슈퍼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던 한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가 발각되면서 시작된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기 결석 아동과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대되어 있는 상태다.

 

이후 실시된 조사 결과 초등생 220명은 3개월 이상 장기 결석해 있는 상태이고, 그 중 절반 정도에 대해서는 조사가 마쳐져 있는 상태이다. 이들을 모두 아동학대로 인한 결석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동학대뿐 아니라 특정 종교나 생활고 등 다른 어떤 이유라 하더라도 분명 아동의 인권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아동 성폭행이나 실종 아동 문제, 그리고 소아암 등 각종 질환과 사고 등의 카테고리까지 더할 경우 전반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보건, 그리고 인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아동학대로만 축소하더라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신고 된 아동학대 사건 건수는 총 9만 5622건에 달했는데, 평균적으로 하루 26건씩 신고가 접수되는 꼴이다. 접수된 것만 이러할진대 실제 우리 사회에서의 친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에 의한 아동학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대를 저지르는 어른들은 모종의 싸이코 패스와 유사한 사람들이고, 이러한 범죄는 충동과 분노조절 장애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개인의 문제일까? 물론 개인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사회가 부추기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즉 기본적으로 아동학대는 개인의 성격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1년 동안의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약 1만 7천건이었는데, 학대 피해아동들 중 약 23.3%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즉, 4명 중 1명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인 것이다.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가정도 11%나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 1만여 명의 직업을 조사해 보니 무직 32.4%, 단순노무직 16.5%로 가해자 절반(48.9%)은 소득이 아예 없거나 매우 낮은 상태였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부모에게 심하게 맞은 적이 있다는 저소득 가구의 아동의 비율이 일반 아동의 그것보다 1.5배 정도 높았고, 부모의 방임에 놓인 아이 역시 저소득 가구가 무려 3배나 높았다.

 

전문가들은 빈곤이 쉽게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이유를, 부모가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 생활고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 대한 폭력행위로 표출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빈곤가정은 부모가 모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빈곤이 곧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고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폭력 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은 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한 저소득층 부모가 사회와 고립, 단절되어 있는 것도 학대의 한 요인이 된다. 아동학대 가해자 5명 중 1명은 ‘사회ㆍ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고립돼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개인들에 대한 교육이나 교화가 아니라, 아동과 가족과 관련된 사회ㆍ경제적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OECD 국가들에서의 아동학대 발생 문제에 관한 많은 연구보고서들은 사회불평등과 빈곤을 방치하는 국가에서는 학대로 인한 아동의 사망이 많았지만, 가족 지원 정책을 비롯한 복지 정책의 강화로 사회불평등과 빈곤을 낮춘 국가들의 경우에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 적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과 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같은 복지의 강화가 아동학대를 막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비단 이러한 공식적인 자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인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빈곤과 생활고, 스트레스가 아니라, 계층 상승의 기회가 근본적으로 박탈당한 채, 끔찍한 사회양극화, 사회불평등, 사회적 배제 등으로 인한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며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사회의 하층 계급들은 물론, 무복지 사회에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의 모든 단위에서 많은 가족들이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중산층 가족들에서도 아동학대가 자주 나타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 소위 ‘계모에 의한 아동 학대 살인 사건’이나 ‘어린이집 교사에 의한 아동 학대’ 등의 문제로 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었음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바로 그 전에는 ‘군대 내 폭력 및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전에는 ‘학원 폭력 및 살인 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는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 중간 중간 소위 ‘묻지 마 범죄’까지 종종 발생했고, 다양한 강력 범죄들까지 자주 발생하면서 말 그대로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이 크게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의 기저에는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배제와 차별, 불평등의 재생산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정부는 5대 노동 개악 시도에 이어 저성과자를 쉽게 정의 내려 해고할 수 있게 하는 ‘공정인사 지침(쉬운 해고 지침)’과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정년 60세 적용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근로조건 일방적 저하 지침)’이라는 이름을 붙인 2대 지침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재벌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기간제 사용기간 규제 완화, 파견 업종 및 기간 규제 완화, 노동시간단축 규제 유연화, 통상임금 부담 완화 등을 관철하고자 하고 있다.

 

이미 고용 노동자의 노동시간이나 산재율은 물론 노인과 청년, 여성 등의 빈곤율과 자살율, 그리고 3년 내에 망하는 영세자영업비율 등의 지표가 OECD 최고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의 이익 독점 구조 확보가 우선이지 사회의 안전과 시민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아동학대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면 이러저러한 예방과 방지 대책들을 내놓지만, 문제의 핵심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결책은 언제나 확실하다. 문제는 그 해결책은 기득권 세력의 이익 구조를 조금이나마 건드리게 되기에 늘 변죽만 울리게 하고 실제 상황이 닥치면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근본적 개혁 없이는 아동학대와 같은 끔찍한 범죄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 글은 [인권연대] 수요산책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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