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철 도망간 입맛 잡는...'고구마 오곡밥'

[살며 사랑하며]특별한 반찬 필요 없고, 건강에도 좋아 '일석이조'

조종안 | 기사입력 2009/04/30 [06:28]

나른한 봄철 도망간 입맛 잡는...'고구마 오곡밥'

[살며 사랑하며]특별한 반찬 필요 없고, 건강에도 좋아 '일석이조'

조종안 | 입력 : 2009/04/30 [06:28]
며칠 있으면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 자꾸 졸리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진수성찬 앞에서도 식욕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쉽게 피곤해지고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환절기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다고 합니다.
 
자꾸 졸리고 몸이 피곤해지면서 밥맛까지 도망갔다고 하소연 하면 매운 국물 음식을 권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빈속에 매운 음식은 위장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고, 잃어버린 밥맛도 찾아주는 별식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5년쯤 되었을까요. 시골에서 농사짓던 학교 동창이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주먹씩 넣어 먹어 보라면서 한 봉지 가져온 흑미를 먹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흑미, 찹쌀, 보리, 찰수수, 차조, 검은콩이 들어간 잡곡밥을 해먹고 있습니다.
 
아무리 학독에 갈아도 입으로 들어가면 까칠까칠해서 아프고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 보리밥을 그토록 싫어했는데 지금은 보리가 들어간 잡곡밥이 아니면 싱거워서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보리밥을 제외한 모든 잡곡밥을 좋아했는데요. 고향이 이북인 아버지 입맛을 그대로 닮은 것 같습니다. 찰밥이나 팥밥은 말할 것 없고, 조밥, 수수밥, 강냉이밥, 무밥, 고구마 밥까지 가리지 않고 해먹었거든요. 양념간장에 비벼먹는 콩나물밥과 시래기 밥도 빼놓을 수 없지요.

 
▶검정콩이 들어간 오곡밥에 쪄낸 고구마. 밥맛이 없을 때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데요. 밥을 조금만 먹고 고구마를 한두 개 먹는 것도 밥맛 잡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 조종안     

◆별미이자 건강식....'고구마 오곡밥'
 
평소에는 잡곡밥을 해먹지만, 밥맛이 없을 때는 별미로 '고구마오곡밥'을 해먹습니다. 사진처럼 쪄먹기도 하지요. 기호에 따라 김을 싸먹거나 조금 남았을 때 뜨거운 물에 말아 먹기도 하는데요.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도망갔던 밥맛도 살아서 돌아옵니다.
 
고구마는 쪄놓으면 수줍어서 속이 빨개지는 '호박고구마', 속이 밤처럼 하얗고 맛도 밤처럼 고소한 '밤고구마', 겨울밤에 둘러앉아 김장김치에 싸먹으면 팔진미가 부럽지 않은 '물고구마' 등이 있습니다. 
 
호박고구마나 밤고구마, 물고구마 모두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간식거리이지요. 그중에 물기도 많고 단맛도 가장 많이 나는 물고구마가 들어가야 '고구마오곡밥'의 진가를 한층 높여줍니다. '고구마오곡밥'은 맛도 좋지만, 누구나 손쉽게 지어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쌀 세 공기에 흑미, 찹쌀, 보리, 찰수수, 차조를 섞은 잡곡을 세 주먹 넣고, 12시간 정도 물에 불린 검은콩과 어른 주먹크기의 고구마 한두 개 정도가 들어가면 적당합니다. 고구마 껍질을 벗겨 내고 깍두기 크기로 썰어서 밥을 할 때 넣으면 되거든요.
 
'고구마오곡밥'을 하는 방법은 처음엔 센 불로 끓이다가 밥물이 끓어 넘치는 기미가 보이면 보통 불로 줄여서 5~10분 정도 가열합니다. 물이 거의 잦아들면 아주 약한 불로 10~20분 정도 가열하고서 불을 끄고 남은 열을 이용해 뜸을 들이면, 노릇노릇한 '고구마오곡밥'이 됩니다.
 
▶ 솥에서 팔팔 끓는 누룽지. 누룽지의 구수한 맛은 직접 시식을 해야지 설명을 아무리 해봐야 필요 없고요. 숭늉은 무더운 여름에 진가를 발휘합니다. 갈증 날 때 냉장고에 넣어둔 숭늉 이상의 건강음료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 조종안    
  
  
'고구마오곡밥'은 밥도 밥이지만, 누룽지와 숭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금방 끓여낸 고소한 누룽지를 후후 불면서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니까요. 누룽지를 먹을 때 씹히는 고소한 검정콩과 고구마의 단맛은 먹는 재미까지 더해주지요.    
 
팔팔 끓인 숭늉은 뜨거울 땐 뜨거운 대로, 차가울 때는 차가운 대로 독특한 맛을 내는데요. 숭늉을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고 음료수 대신 마시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맛도 좋으며 건강에도 좋습니다. 갈증 날 때 마시는 숭늉 한 컵은 시원하면서 온몸에 활력을 넣어주는 활력소가 되거든요. 거기에 캔 음료는 성인병을 재촉하지만, 시원한 숭늉은 보약이나 다름없으니까요.
 
◆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고구마'

 
고구마는 알칼리성 식품이라서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고, 비타민 성분이 많아 노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구마에 많이 함유된 식물성 섬유는 변비, 비만, 지방간, 대장암 등을 예방한다는군요.
 
고구마는 가벼운 고혈압을 예방하고, 뇌졸중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구마의 식물성 섬유는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질을 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정상화시켜 성인병을 예방해준다고 합니다.
 
고구마에 풍부한 식물성 섬유는 수분 함량이 많고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며 특히 '야라핀'이라는 성분은 장 속의 세균 중 이로운 세균을 늘려 배설을 촉진해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체력을 좋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고구마는 익혀 먹어야 소화흡수가 잘된다고 하는데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뛰어나 한의학에서도 설사나 만성 소화불량 치료에 두루 쓰인다고 합니다.
 
◆식습관을 잘 들이면 건강도 좋아져
  
선조들은 병을 다스리는데 약보다는 음식을 더 중시했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세대도 약보다는 음식요법으로 건강을 지켰지요. 치료할 수 없다는 암도 식이요법으로 고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밥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건강에 좋다는 잡곡밥을 싫어하거나, 밥을 젓가락으로 먹지 않고, 물 말아 먹기(국이나 탕에 말아먹는 것은 예외)를 좋아하고, 진밥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위장이 약하다고 하는데요. 위장병과 성인병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인스턴트식품을 멀리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위장이 약한 분들은 군것질로 배를 채우는 나쁜 버릇을 버리고, 찬 음식은 따뜻하게 데워먹어야 하며, 따뜻한 밥을 정해진 시간에 챙겨 먹는 습관을 들이면 식성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나쁜 식습관을 고치면 성인병 예방은 물론,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지수도 높아져 하루하루가 행복해지는데요. 별미 중의 별미이자 건강에도 좋은 '고구마오곡밥'을 권합니다. 처음엔 성가시게 느껴져도 한두 번 해먹다 보면 가족 간의 대화가 늘면서 생활도 즐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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