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반갑다'...'그런데 왜! 빨래줄에만'

[살며 사랑하며] '강남 갔던 제비와의 재회 반갑기는 한데..ㅠㅠ'

김형만 | 기사입력 2009/05/14 [05:57]

'제비야 반갑다'...'그런데 왜! 빨래줄에만'

[살며 사랑하며] '강남 갔던 제비와의 재회 반갑기는 한데..ㅠㅠ'

김형만 | 입력 : 2009/05/14 [05:57]
▶ 너무 시끄럽게 떠들고, 그 녀석들이 머문 자리 바닥엔 응아가 쌓이네!     ©김형만

주말저녁 라디오에서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이인규 신임 문화재위원장 겸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중 이었다.

제비는 사람이 재배하는 농작물은 건드리지 않고, 농작물에 유해한 해충과 곤충을 잡아먹어 농가에 유익한 조류이자 사람과도 친근한 조류이지만 그 개체수가 감소해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도심에서는 보이지 않은 지 오래고,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고 한다.

또한 귀소성(歸巢性)이 강한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제비가 집을 짓고 살아갈 ‘초가집, 기와집’이 사라져 둥지를 틀수 있는 곳이 없어져 번식을 할 수 없고, 농약과 살충제사용으로 제비의 먹이가 감소해 제비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삶과 문화에 너무나 친숙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때가 왔다”면서 제비가 돌아오는 5월 개체수를 파악해 심각한 상황이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을 하겠다고 7일 밝힌바 있다. 

라디오 듣고 난 후 생각해 보니, 몇 해 전만해도 봄이면 집집마다 제비 식구와 함께 동거 동락하는 것을 많이 봤고, 담 너머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곤 했었는데, 주거지의 서구화, 농사기법의 변화가 불러온 농약과 살충제 사용이 제비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먹이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 사람과 친근했던 제비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어요!

비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뒤뜰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뒤뜰 빨랫줄에 매달려 지저귀는 소리 같았고, ‘제비가 왔어요!’ 하는 집사람의 목소리에 반가움에 아이들과 뒤뜰로 나갔다.

암수 한 쌍이 찾아들어 빨랫줄에 앉아 요란하게 지저귀며 처마 밑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했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둥지’를 틀 장소를 찾는 듯 했다.


▶ 말리고 있는 빨래위에만 앉는다.     ©김형만 ◀

‘빨래 위에만 앉아있네, 어머~ 빨래까지 물어뜯고……. 쫒아버릴까?’하는 아내를 말리며 ‘그냥 두자, 내쫓으면 제비를 못 볼 수 있어’ ‘그래도 빨래가 지저분해 지잖아…….’ 우리가족은 제비가 놀래서 도망이라도 갈까 목소리 까지 낮춰 조용조용 말했다.

호기심 많은 막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 제비가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잠시 기다려도 제비가 오지 않아 ‘이젠 안 오나? 정말 가버렸나?’하며 허탈해 하고 있는데 두 녀석이 후~루루 날갯짓하며 찾아와 빨랫줄에 앉아 지지배배 지저귀었다. 

방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을 설명해 주며 ‘제비가 우리 집에 둥지를 만들면 잘 있다가 갈 수 있도록 해 내년에 또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하며 우리 식구로 맞이하자고 약속했다.

수다쟁이 손님이네…….

시간이 흐르면서 어디를 갔다 오는지 외출이 잦아지고, 제집 들랑거리듯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지저귀는 제비 한 쌍 때문에 뒤뜰은 시끄러웠고, 제비들이 머물렀던 자리 밑에는 녀석들의 응아가 쌓이기 시작했다.

‘제비집 못 짓게 할까?’ ‘아니야 만약에 집을 지으면 집 밑에 “응아” 받이를 대줄게……. 당분간은 닦아내야지…….뭐’


▶ 건강하게 있다가 가라! - 뒤뜰을 너희에게 내 주마…….     ©김형만 ◀

당신을 뒤뜰 주인으로 임명합니다.

글을 쓰는 이시간도 두 녀석이 빨랫줄에 앉아 지저대고 있다. ‘혹시 저 녀석들 다른 친구 데리고 오는 거 아냐?’ 걱정 아닌 걱정도 해보면서…….

이젠 익숙해 졌다고 뒤뜰로 나가도 도망도 잘 안가는 제비를 보며 ‘아예 죽치고 앉아 있구나!’ 집사람이 한 마디 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싫지는 않은 듯하다.

앞으로는 제비부부에게 뒤뜰을 내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곳이다 생각되면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길러 여름을 나면 다시 강남으로 떠날 때까지 말이다.

제비에 얽힌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집에 제비집이 하나 있었다. 제비는 해마다 찾아와 새끼를 낳아 길렀다. 그러나 제비둥지가 있는 위치가 문제였다. 하필 둥지를 틀은 자리가 부엌입구였고, 수도가 있는 곳이었다.
 
복을 물어다주는 새라 생각하셔 불편을 겪으면서도 참아오시던 어머니가 부엌과 수돗가를 드나들다가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제비가 떠난 빈집을 헐어버리셨다. 그 후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제비가 찾아왔다.

그동안 사람들은 제비를 홀대한 것 같다. 제비 둥지와 먹이를 빼앗아 버린 것이 제비 개체감소의 원인임에는 틀림없고,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기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곁에서 제비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확인된 일이고. 그때까지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나 제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라도 제비를 보호하고, 제비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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