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굶주린 MB정권, 금융계 인사독식 너무해

<추천칼럼> 고수레, 까치밥은 남겨둬라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5/15 [06:45]

10년 굶주린 MB정권, 금융계 인사독식 너무해

<추천칼럼> 고수레, 까치밥은 남겨둬라

채수경 | 입력 : 2009/05/15 [06:45]
경상도 사람들은 다들 잘 알겠지만 경북 안동지방에 ‘고수레’라는 게 있다. 무당이 굿을 할 때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 또는 이웃에서 음식을 가져왔을 때 등등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던지는 행위를 ‘고수레’ 하고 외친다.
 
그 옛날 의지할 데 없는 고씨 성의 불쌍한 노파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이어가다 죽자 사람들이 넋을 위로하기 위해 먹을 것이 생기면 먼저 고씨 노파에게 떼어 던져주면서 ‘고수레’ 하고 외치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꽤나 그럴 듯한 민담이지만 기실은 굶주린 거지들이나 짐승들을 배려한 아름다운 마음씨의 발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수레’와 비슷한 것으로 ‘까치밥’이라는 게 있다. 까치밥은 먹이가 드문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까치가 쪼아 먹도록 감나무 가지 꼭대기에 남겨둔 감, 흔히 ‘미물까지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로 포장하지만 천만의 말씀, 치밀한 계산(?)에 의해 남겨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키 큰 감나무 꼭대기에 열린 감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 장대를 휘둘러도 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조차도 남겨두지 않으면 잡식성의 까치들이 밭작물들을 먹어치워 오히려 손해, 실제로 지난 3월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지난 해 야생동물들로 인한 농작물, 전력시설, 양식장 등의 피해가 555억2100만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까치 피해가 397억7300백만원으로 전체의 71.6%나 차지했었다.
 
개체수가 는 탓도 있겠지만 까치밥조차 남겨두지 않은 각박한 인심 탓도 크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가을걷이 때 짐승들이 굶주려 민가에 피해를 입힐 것을 염려하여 벼이삭이나 밭작물 일부를 남겨두던 조상들의 지혜를 다 까먹었기 때문에 치르는 대가라고 하겠다.

1979년 유신 치하 최대의 조작 공안사건이었던 남민전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84년 첫 시집 ‘진혼가’를 펴냈던 시인 김남주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라고 읊은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서정 어쩌고저쩌고 너스레를 떨지만 기실은 “권세와 부를 움켜쥔 놈들끼리만 배때기 터지도록 처먹지 말고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도 좀 생각해 달라”는 처절한 저항이었는지도 모른다. 
 
tk 금융계 인사독식 해도해도 너무해

이명박 정권은 ‘고수레’와 ‘까치밥’도 모르나? 공기업이나 정부산하기관은 물론 은행·보험 등 민간금융회사에까지 무차별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감사·사외이사 등을 줄줄이 교체하고 있는 증권업계에도 어중이떠중이 tk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많다.

경영실적도 좋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이 외압에 밀려 사의를 표하자마자 이 대통령 현대건설 재직시절 6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작년에 산은캐피탈사장에 임명됐던 mb맨 노치용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이 대통령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황성호 pca투신 대표가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데에도 정치권 tk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고,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신설되는 정책금융공사사장에도 tk 출신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 최근 취임한 이주형 수협신용부문대표(경북고) 배성환 예보부사장(경북대사대부고) 김영기 산업은행부행장(경북 의성 출신) 등등도 모두 tk다.

유난히 단결력 강한 tk가 민간기업들까지 장악하게 되면 그 밑의 자리들까지 다 갈릴 게 뻔해 “대한민국의 밥그릇이라는 밥그릇 모두 물 말아서 밥풀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우겠다는 거냐?”는 조롱 섞인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본다. 
 
천박하다.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그렇게도 굶주렸나? 설사 그랬다고 하더라도 ‘고수레’ 외치면서 ‘까치밥’ 정도는 남겨두기 바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처럼 혼자만 처먹다가 배가 터져 죽지 않으려면! ‘고수레’가 없으면 고씨 노파 영혼이 심통을 부리고 ‘까치밥’조차 안 남겨놓으면 굶어서 두 눈 뒤집힌 놈들이 폭동을 일으켜 더 큰 손해를 본다.
 
 <채구경 / 뉴욕거주 언론인>

원본 기사 보기:뉴민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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