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잡이 때 어떤 물건 잡았으면 하시나요?

박서현/ 청년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08/19 [07:29]

돌잡이 때 어떤 물건 잡았으면 하시나요?

박서현/ 청년 칼럼니스트 | 입력 : 2016/08/19 [07:29]

 

재작년 돌잔치 행사장에서 반년 정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가본 이들은 알겠지만, 돌잔치 행사장의 분위기는 대부분 유쾌하다. 행사장 분위기에 따라 ‘팁’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자는 필사적으로 농담을 많이 던진다. 성장 동영상, 덕담, 축의금 경쟁, 사은품 추첨 등 여러 코너가 있지만, 가장 웃음이 많이 터지는 부분은 돌잡이다. 아르바이트했던 곳에서는 연필, 지폐, 명주실, 판사봉, 청진기, 마이크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레퍼토리는 항상 같았다. 먼저 사회자가 부모님께 무얼 잡았으면 하는지 묻는다. 부모님의 답변은 대부분 돈이다. 연필도 가끔 나온다. 마이크를 얘기한 부모님은 한 명도 못 봤다. 부모님이 돈이라고 하면 사회자는 뭘 아시는 분이라며 익살스럽게 동의한다. 돈이라고 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선택할 기회를 준다. 그러면 모두가 웃는다. 아,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돌잡이가 시작되면 아이의 손에 모든 관심이 쏠린다. 사회자가 접시를 슬쩍 돌려 지폐가 아이 앞으로 가도록 놓기도 한다. 적극적인 부모님은 지폐를 들고 흔들기도 한다. 아이가 손을 뻗었다. 잡은 건? 명주실이다! 아...! 박수 소리가 작다. 부모님은 어쨌든 웃어 보인다. 사회자는 요즘 시대는 건강이 재산이라며 급히 다음 코너로 넘어간다.

 

태어난 지 1년 된 아이가 생일잔치에서 돈을 잡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아이가 장래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행복에 있어 돈이 중요하다는 개념과 돈이 다른 가치들(건강, 지혜, 명예 등)에 우선한다는 개념은 조금 다르다.

 

조금 다른 가족이 있었다. 돌잔치 사회자가 평소와 같이 물었을 때, 이들 부모는 한목소리로 명주실을 말했다. 아이의 행복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 수백 번의 돌잔치를 지켜보며 처음 들은 대답이었다. 이 부부는 평소 내가 믿고 있던 행복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행복을 상상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돈이 나와 타인의 행복을 판단하는 척도가 아니라, 돈이 행복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인 그런 행복 말이다. 그리고 이제 막 돌이 된 그 부부의 아기는, 앞으로 꽤 값진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행복에 대한 자기 정의가 필요하다. 직업적, 경제적인 행복밖에 상상하지 못한다면, 그는 그렇게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한입 베어 먹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진정한 행복인지, 아니면 행복에 도달하기엔 조금 모자란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줄 행복을 우린 조금 더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가 질문을 조금 바꾸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모님, 자녀가 어떤 종류의 행복을 거머쥐길 바라시나요?’ 라고.  

 

이 기사는 [인권연대] 청춘시대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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