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이념이 만드는 시선. 어부 간첩 만들기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6/09/30 [06:26]

'그물' 이념이 만드는 시선. 어부 간첩 만들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6/09/30 [06:26]

 

 

 

역시 김기덕 감독다웠다. 이미 여러 해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그물>이 지난 28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됐다. 오는 10월 6일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었으나 이보다 일찍 기자들에게 공개된 것.

 

그동안 <풍산개>와 <붉은 가족>에서 남북문제를 다룬 그가 이번 <그물>을 통해 다시금 이 문제를 건들인다.

 

어느 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트의 모터가 고장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으로 오게 된 북한 어부 류승범이 국정원에 끌려가 간첩인지 조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사관은 어떻게든 간첩으로 잡아들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부장은 간첩혐의까지는 없으니 무리하게 누명을 씌우기 보다 그냥 전향해 한국에 살도록 유도해 보려고 한다.

 

이 와중에 류승범의 경호를 맡은 국정원 요원은 진심으로 류승범 입장을 생각해 주면서 그를 다시 북으로 돌아가도록 도우려 한다.

 

자신은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서 보위부 조사를 받을 때 말할 것이 없어야 한다며 이동하는 중에 눈을 질끈 감고 서울시내 풍경을 보지 않는 류승범의 모습은 짠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눈을 뜨고 명동 거리를 보기만 하면 혹해서 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억지로 그를 명동으로 끌고 가 어쩔 수 없이 눈을 뜨도록 상황을 만들어 결국 그는 명동 한복판에서 눈이 돌아 갈 구경을 하고야 만다.

 

문제는 이 모습이 종편에 보도가 되고,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북으로 돌아가자마자 이 보도로 인해 그는 철저한 감시 속에 보위부 조사를 강도높게 받는다.

 

그물이 스크류에 걸려 남으로 가게 된 북한 어부가 이번에는 남과 북의 정보당국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북한 보위부 조사 후 성 불구자가 된 그는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기에 여느 때처럼 자신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만, 또 다시 남한으로 넘어갈까 두려워 그를 쏴 죽인다.

 

이 영화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보다 우연치 않게 월남하게 된 한 북한 어부 개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무리 서울이 좋고, 정착금도 준다지만 가족을 버릴 수 없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그는 그러나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남한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생계도 막히고 결국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류승범이 국정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돌려서 서울시 간첩 공무원 사건이 수 차례 언급되는데,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자백>을 미리 본다면 좀 더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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