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이종은 칼럼니스트 = 정치인의 대국민 약속은 '진정성'이 근본이다. 그런데 이런 진정성이 결여된 허황된 거짓약속을 '전략'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면서 합리화 시키는 것 자체가 국가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어제(11월 15일) 박근혜 퇴진을 주장한 기자회견을 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런 정치인이라고 단언한다. 문 전 대표는 어제 스스로 그것을 증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문재인이 내거는 대국민 약속은 전부 전략적이라는 것을 선포한 것도 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 당시 광주에 내려와 무릎을 꿇고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신다면 정계은퇴를 하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결과에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철저하게 배격했다. 즉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거두었음을 확실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1문1답 과정 중 "지난 광주 발언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고, 정권교체의 기반을 구축하고, 광주·호남에서 우리 당이 지지받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했던 발언이었다."라고 말했다. 즉 총선결과가 문 전 대표에 대한 확실한 비토였음에도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어제 ‘전략적 판단’ 운운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문재인의 '전략'이라는 발언은 앞으로 문재인이 어떠한 공약이나 대국민 약속을 하더라도 단지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달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문재인 스스로 자신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기 고백을 한 것이다. 그 발언은 문재인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헌문란 사건에서도 그렇다. 어제 전까지 문재인은 명확한 입장정리도 없이 시종일관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원래 참석에 부정적이었던 지난 토요일 민중총궐기 시위에도 열기가 뜨겁다못해 타오를 지경이란 걸 깨달은 뒤 마지못해 참석했다. 그래놓고는 백만 촛불의 민심을 확인하자 갑자기 '박근혜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이 그런 선언 안 해도... 문재인이 시종일관 오락가락 할 때에도 이미 국민들은 퇴진운동에 돌입했었는데 뒤늦게 자신이 이 퇴진운동을 주도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과거 반독재 투쟁 시에 김대중, 김영삼 등 정치 지도자들은 늘 투쟁의 선두에 있었다. 이런 과거의 사례를 문재인이 전략적으로 벤치마킹도 하지 못했다.
이미 문재인이 나서기 전에 국민들이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박근혜 퇴진운동에 돌입했다. 국민들이 거국적으로 퇴진운동을 벌일 때에는 뒷짐지고 잔머리만 굴리고 있다가, 국민들이 박근혜 퇴진운동의 동력을 확보하자 슬그머니 퇴진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그렇다. 이미 거국적으로 퇴진운동이 시작되었는데 무슨 퇴진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인가.
따라서 절대로 그럴리는 없겠으나 만약 박근혜가 전격적으로 퇴진 한다면(나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 그 공을 가로채려는 것이 문재인의 "박근혜 퇴진운동 시작"의 진의인 것이다. 이 얼마나 야비한 정치술수란 말인가.
또 어제 문재인은 "저는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로서 정권을 교체하려는 그런 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야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광주·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고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광주·호남민심의 지지를 받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중이고, 그 때 했던 제 약속은 반드시 실천될 것" 이라고 발언, 명시적으로 대권출마 선언을 하였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거두는 것을 넘어서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광주에서 택시를 승차해서 기사들과 대화를 해보면 혐오의 단계를 넘어서는 격렬한 비토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자신의 말대로라도 야권의 대선후보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다.
다음 대선 때에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문재인은 대통령에 절대로 당선되지 못한다. 지난 4.13 총선 당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한 이유는 국민의당에서 중량급 인사들을 공천하지 못한 이유가 크고, 그렇기 때문에 호남출신 출향인들이 차선책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결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예뻐서, 문재인을 지지해서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호남향우회와 노량진 수산시장 등, 현장에서 직접 청취한 여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제 문재인의 호남지지를 받지 못하면 지난 4.13 총선 당시에 광주에서 약속했던 정계은퇴 발언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다음 대선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재인은 다음 대선에서 패배하면 자동으로 정치생명은 끊어진다. 그런데 대선결과를 보고 정계은퇴 발언을 지킨다? 참으로 박근혜가 즐겨 사용하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문재인의 어제 발언은 기필코 다음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번 총선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신다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는 발언은 "전략적"이었다는 발언으로 뭉개고, 아무런 진정성 있는 행동이나 사과도 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제 문재인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박근혜가 퇴진하지 않으면 어떻게 행동하겠다는 로드맵이 아예 없다. 그리고 만약 퇴진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전혀 없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탄핵에도 반대하고, 개헌에 대한 의사표시도 없었다. 이는 문재인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문재인이 있기 때문에 박근혜는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절대로 자진사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탄핵밖에 없다. 국회가 탄핵을 발의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대적인 촛불시위를 해서 국회에 국민들의 명령을 내리고, 헌재에 탄핵안이 심판 청구되면 헌재 앞에서 국민들이 명령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도, 정치인도, 헌법재판관도 아닌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와 함께 문재인도 집으로 보내야 한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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