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화재와의 악연 왜 그럴까?

이강문 영남본부장 | 기사입력 2016/11/30 [21:56]

대구 서문시장...화재와의 악연 왜 그럴까?

이강문 영남본부장 | 입력 : 2016/11/30 [21:56]

[신문고 뉴스] 이강문 영남본부장 = 11월 30일 새벽 2시 경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결국 대형 화재 사건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날 새벽 2시쯤 시작된 불은 18시간이 지난 오후 8시까지도 완전진화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즉 섬유제품의 잔불이 그때까지도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새벽 2시 8분쯤 4지구 상가 1층에서 불꽃이 일고 있는 것을 야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한 이 불은 순식간에 건물 1층을 모두 태운 뒤 곧바로 위로 번졌다.

 

▲ 호ㅏ제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만큼 대형화제다.     © 이강문 영남본부장

 

소방차 97대 소방 인력 7백여 명, 소방헬기 2대 등 대구시 소방인력과 장비 거의 전부가 투입돼 큰 불길은 잡았지만 여전히 건물 내부에서 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화재발생 6시간 만인 오전 8시 50분쯤 건물 일부가 붕괴되기 시작하며 일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진화작업 중이던 소방관 두 명이 다쳤다. 대구시와 소방당국은 4지구 8백여 개 상가 모두가 불에 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재래시장 구모로는 엄청난 피해다.

    

그런데 실상 대구 서문시장은 큰 불이 자주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시장은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모두 6개의 지구로 이뤄져 있다. 오늘 불이 난 곳은 4지구 건물, 1지구와 4지구 사이 노점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진술도 있으며 4지구 건물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진술도 있는데,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76년에 지어진 4지구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서 8백여 개의 상가가 건물 1, 2, 3층에서 장사를 한다. 상가의 70% 이상이 의류를 취급하고, 나머지도 이불, 커튼, 액세서리 등 화재에 취약한 품목이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상인들이 판매할 물품을 많이 구비해둔 상태여서 재산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불이 난 4지구 상가와 대각선 방향에 있는 2지구 건물에서도 11년 전 큰불이 났다. 지난 2005년 12월 29일 밤 10시쯤에 일어난 화재는 당시 재산피해만 1천억 원에 육박했던 대형 화재였다. 2지구도 4지구처럼 옷가게와 생활용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계속 번진 불은 무려 41시간 만인 31일 오후 3시에야 완전히 꺼졌다.

    

오늘 4지구 화재와 마찬가지로 1층에서 시작된 불이 2~3층으로 급속히 번지며 대형 화재로 이어져 900여 개 점포가 불에 탔다. 오늘 4지구와 마찬가지로 당시도 낡은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결국 2지구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화재 원인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이불 가게에서 누전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결론났고,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처럼 대구 서문시장은 유독 대형 화재와 악연이 많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50년 10월, 방화로 불이 나 당시 돈으로 14억 5천만 원의 피해가 난 것을 시작으로 1960년 6월에도 점포 2천여 개를 태우고 3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1975년 11월에도 점포 천 700개를 태운 대형 화재로 당시 돈으로 46억 원의 피해가 나는 등 1970년대에만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만 300여 건에 달했다. 연평균 63건이 발생한 셈이다. 그리고 전통시장 화재의 대부분 원인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이 157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물론 부주의로 인한 화재도 상당수다. 즉 전통시장이 전기 시설 등이 노후화된 경우가 많아, 오래된 전선 등에서 화재가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전통시장 화재가 유독 대형이고 피해가 큰 것은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때문이다. 즉 전통시장의 60% 이상은 불이 나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따라서 대구 서문시장만 유독 화재가 잦은 것은 아니지만 대형 전통시장이라 피해규모가 더 커 불이 자주 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에 입주상인과 관리주체의 각별한 주의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 아직 잔불이 남아 있어 잔불정리를 하느라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소방차들     © 이강문 영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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