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

[김양수 칼럼]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강은 산을 뚫지 못한다.’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12/02 [23:25]

오늘 다시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

[김양수 칼럼]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강은 산을 뚫지 못한다.’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6/12/02 [23:25]

[신문고 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현재도 피의자 신세인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전직 대통령 출신으로는 네번째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것이요 법의 단죄를 받는 세번째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피하려고 끝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틴다면 박근혜는 대한민국 절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는 ‘범죄자 대통령’으로 추락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 레임덕이 아니라 혐오와 경멸과 조롱의 대상으로서, 이미 역대급 ‘국민 왕따’ 반열에 오른 그지만 어떤 방향으로 봐도 박근혜의 남은 삶은 한마디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안타깝게도 최순실의 굿판으로도, 아니, 박정희와 최태민이 재림한다고 해도 이 암담함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대통령 재임 3년 반만에 드러난 박근혜의 청와대 근무, 알고 보니 그는 최순실의 대리출석과 대리시험으로 채워져 왔다. 그는 최순실과  공모하여 직무유기, 직권남용, 제3자 뇌물수수 등 다채로운 범죄를 자행했다. 이를 종합한 검찰은 실상 공식적 발표만 하지 않았을뿐 박근혜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임과 동시에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 피의자임을 확인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간혹 경험한다. 하지만 범죄 피의자 박근혜의 퇴진을 둘러싼 싸움에서 우리는 보다 황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데 멀리 있는 법 또한 주먹의 편이다’ 라는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

    

‘법을 어긴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통령 박근혜의 발언이기도 하지만 광장에 모인 주권자들의 요구 또한 정확하게 박근혜의 발언과 일치한다. 하지만 주권자와 박근혜가 의견 일치를 이룬 범죄자 처벌 원칙은 유독 박근혜와 그의 추종자 무리들에게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광장의 분노,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결국 이렇게 가증스런 위선과 기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박근혜의 처리는 오늘 당장 자진 사퇴해서 자연인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수사를 보통 사람과 동일하게 받든가, 스스로 내려오지 않겠다면 국회에서 탄핵하여 대통령 권력에서 그녀를 격리한 후 헌법재판소에서 신속히 탄핵소추를 인용하여 그녀에게 자연인 피의자 신분을 부여하는 것 둘 중 하나이다. 박근혜가 자행한 것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범죄의 심각도를 감안하면 이러한 요구는 타협 불가 절대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정치를 담당하는 정치업계 인간들의 생각은 그들에게 주권의 일부를 위임한 국민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른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유일무이한 재주인 정치공학 테크닉을 총동원하여 명확하고 간결한 국민적 요구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요리하여 뒤죽박죽 난장판의 막장드라마로 변질시켰다.

    

여당은 어떻게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대통령을 보호하여 다음 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고자 한다. 제1야당은 반사이득을 통한 정권획득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여당 비주류와 기타 야당들은 혼돈을 기회로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 확대를 국민적 열망인 대통령 퇴진과 법적 처벌보다 우선순위로 두는 것처럼 보인다. 즉 모든 정치세력이 이 판국에 정치적 이익추구를 위한 이전투구만 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적 열망을 능멸하는 정치인들의 말은 헌정중단, 국정공백 따위, 듣기에 따라서는 다분히 협박의 뉘앙스가 풍기는 언어들이다. 한마디로 갑자기 대통령이 물러나면 엉망진창 수습 난망 혼돈의 상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명분으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나 처벌을 거부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정치인으로서 박근혜보다 더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컨대 대통령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함량미달의 인간이 대통령이랍시고 비선실세의 아바타 노릇이나 하다가 위법 사실이 발각되어 퇴출되는 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10.26 때처럼 여자 끼고 술 마시다가 심복의 총에 맞아 죽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고, 몸에 좋다며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요상한 약을 주사로 맞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쉽게 말해 관저에 틀어박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대통령도 사바 세상에 사는 인간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라도 사고를 당할 개연성은 존재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만약 대통령 유고 상황이 발생해도 정치업계 인간들은 헌정중단, 국정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혹은 두 달 내에 해치워야 하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부담을 덜기 위해, 비명횡사한 대통령의 질서 있는 승천 혹은 명복 운운하며 오늘 죽은 대통령의 사망 선언을 내년 4월 이후로 미룰 것인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퇴진이 야기하는 정치판의 혼돈 상황과 그 상황을 민생에 전혀 지장 없게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는 의무는 절대로 국민의 몫은 아니다. 그건 정치판이 좋다며 선거 때마다 국민에게 굽실거리며 표 구걸을 서슴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감당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이 국회의원과 공무원 따위에게 세금으로 밥 먹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 박근혜는 헌법 유린, 국기 문란, 국격 추락의 주체이며 원흉이다. 그녀가 입만 열면 발본색원 척결을 주장했던 대상이 바로 최순실 패거리의 수괴 박근혜라는 이야기다. 그녀는 일분일초라도 빨리 자연인 피의자로서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단 한가지라도 입에 올리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나는 그자야말로 최순실 패거리의 숨어있는 잔당이라고 단정한다.

    

긴말 필요 없다. 박근혜 공백이 야기할 혼란이 두렵고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정치인이 있다면 당장 정치판에서 떠나면 그만이다. 요즘 경기도 어렵고 취업도 힘든 세상이다.  광장에 서 있는 그 누구라도 정치 시켜주면 박근혜 따위보다 1000배는 잘할 것이라 나는 자신한다. 시쳇말로 '니들 아니어도 정치 잘할 놈 세상에 지천으로 녈려 있다'는 현실을 파악하라는 거다.

    

외교가 붕괴되면 전쟁이 터진다. 정치의 붕괴는 나라의 정치가 주권자의 상식을 담아내지 못할 때 시작된다. 그리고 정치의 괴멸은 필연적으로 혁명으로 이어진다.

    

혁명..... . 어쩌면 광장의 분노는 화염병과 죽창을 앞세운 민중의 청와대 점령이라는 유혹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권력의 아집과 광기는 탱크를 앞세우고 광화문 광장을 접수한 계엄군의 유혹을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싸움을 그렇게 끝내고자 하는 ‘돌아이’는 대한민국에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게 이어지는 시민혁명을 지켜보는 오만하고 부패한 권력은, 민주주의를 팔아 자신들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위선과 기만의 정치인들은, 수백만 촛불의 뜨거운 외침을 하찮은 개돼지들의 파괴력 없는 소란 정도로 치부하는 지도 모르겠다. 촛불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짐에 비례하여 정치공학의 역겨움 또한 증폭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오로지 권력만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저 오만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척결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복잡하고 어려운데 있지 않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싸우면 그만이다. 바로 지금처럼.

 

 

    

때리는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맷집 좋은 사람이다. 때려도 때려도 초지일관 웃으며 맞아주는 사람 앞에서 아무리 잘 때리는 놈도 결국 지치고 질릴 수밖에 없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시간은 그런 싸움의 법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광장의 촛불은 언제나 변함없이 똑같은 모양으로 타올랐다. 달라진 것은 그 크기와 열기뿐이었다. 하지만 촛불에 맞선 권력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오만과 광기에 취해 끊임없는 거짓과 권모술수와 음모와 배신의 팔색조 변신을 선보이지 않았던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더라도, 분노보다 웃음과 해학으로 채워졌어도,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조와 안개꽃처럼 형태가 또렷하지 않아도 광장의 촛불이 시민혁명이라는 명제는 이제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 되었다. 수백만이 도심 거리를 휩쓸고 다녀도 길 위에 휴지조각 하나 찾을 수 없이 깨끗할 수 있다는 기적을 우리는 현실로 만들었다.

 

웃음과 해학이 폭력보다 더 크게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학습했다. 수백만이 모여 싸워도 한사람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혁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증명했다. 그렇다. 혁명? 그거 별로 어렵지 않다. 일요일 교회와 절을 찾듯 주말 오후 잠시 시간 내서 촛불 들고 도심을 신나게 걸어 다니며 즐기면 그게 혁명이다. 언제까지? 코끼리가 바늘에 찔러 쓰러지는 그때까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강은 산을 뚫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부패한 권력의 오만과 광기가 태산처럼 높고 험하다고 해도 도도한 민심의 강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리고 비록 강이 산을 뚫지 못해도 영겁 세월 하염없이 산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마르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산을 깎아 무너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 박근혜를 퇴진시키거나 광화문의 촛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그 순간까지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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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문반박 2016/12/03 [22:10] 수정 | 삭제
  • 황교안대통령권한대행이 될지도 모르는데도 지금 그런일이나 할때인지... 저런게 수권능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