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웃음에 쫄아든 비박의 처지

-옹색한 눈치 보기는 굴종과 몰락의 지름길

박정례 | 기사입력 2016/12/19 [15:13]

친박의 웃음에 쫄아든 비박의 처지

-옹색한 눈치 보기는 굴종과 몰락의 지름길

박정례 | 입력 : 2016/12/19 [15:13]

 

▲     © 박정례

 

[신문고 뉴스] 박정례 기자= 새누리당의 비박계가 당권 경쟁에서 패배했다. 반대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119명의 국회의원 중 55표를 얻은 비박계의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62표를 얻어 당이 다시금 친박 체재로 가는 길을 열었다.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비박은 탄핵정국에서 친박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자신 있게 활용하지 못했고, 탈당의 적기를 맞이하고도 눈치 보기에 바빴다. 건전한 성향의 보수적 신당을 구축하는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장수 격인 두 사람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전선(戰線)을 선명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비박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김무성은 탈당에 무게를, 유승민 의원은 "저는 지금도 생각이 분명하다"며 "당에 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뜻을 같이 하는 사이인 듯 아닌 듯 늘 위태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서 친박은 “오직 박근혜!”를 외치며 결사항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히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유신회귀적인 정치행태로 일관해온 박근혜 대통령과는 동업자요 공조관계로서 충실히 복무를 해왔다.
    
그래서 말인데 비박은 쫄고 있고, 친박은 지금 부활의 미소를 짓고 있다. 원내대표를 배출한 상황에서 전열을 가다듬어 당권을 장악과 도로 친박당 구축에 여념이 없다. 내친김에 승기를 다지기 위한 책략을 병행하면서, 비박의 탈당 명분을 차단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비주류 측에 배려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이 이정현 대표는 신속히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저는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며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박완수 최고위원도 함께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고래 힘줄보다 더 질기게 버티던 언행을 거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를 결행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주장 논리는 뻔하다. 새로 뽑힌 정우택을 위시한 새 지도부가 ‘새 술’이라면 그러한 지도부를 떠받쳐주는 세력은 새 부대라는 뜻이다. 친박 세력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던 비박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8일이 되어서야 다소 분명한 목소리로 ‘당 개혁의 전권’ 위임을 전제로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만큼은 비대위원장 후보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새누리당의 비박.친박 간 갈등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탄핵을 가결 시킨 직후 비박은 비상시국위원회에서 이른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에 촛불민심을 우롱한 김진태 의원 등을 '최순실 8적'이라고 지적하며 당을 떠나라고 기세를 올렸던 것처럼 중단 없이 나아가야 했다. 어정쩡한 태도를 거두고 친박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결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국민의 78.1%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원했고,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의 결과도 234표로서 다름없이 나왔다. ‘이게 나라냐! 새누리당을 해체하라!’는 요구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비박은 애매한 상태를 끝내야 한다.
    
국민들에게 사망선고를 받은 자들의 눈치나 보며 옹색한 동거에 목을 매는 것은 야합이고 굴종이다. 굴종은 곧 패망이 아니겠는가. 죽은 존재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라질 줄 모른다. 이러한 좀비 같은 세력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박정례/기자.르뽀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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