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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박근혜 적폐, 대선 이기면 해소되나?
[김형 칼럼] 대전환기의 역사인식, 그리고 시대정신은 '개헌'
 
김형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12/28 [17:13]

[신문고 뉴스]김형 칼럼니스트 = 전대미문의 사건과 광장의 촛불민심으로 점철된 해가 저문다. 어느덧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덕담을 나누는 때가 왔다. 이 덕담은 관가에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했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전히 그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탄핵 심판에 들어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새해이기는 하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결코 아니 된다는 생각이다.

 

 

 

유신정권이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 젊은 대학생의 의식을 일깨우고, 세상과 역사를 보는 눈을 뜨게 해준 금서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코페르니쿠스적 의식전환을 가져다준 대표적인 서적은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다룬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사론을 다룬 강만길의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이었다.

    

그 책들이 나온 지 40년 전후가 되었지만, ‘전환시대’와 ‘역사인식’을 다시 거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 나라를 온통 흔들고 있다. 그것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적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결정되는 대전환기에 놓여있기도 하고, 그 단어들이 사용되어야만 했던 유신시대의 망령이 참담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고 했고, 조지 산타아나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라고 했듯이, 우리가 지난 세월 동안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유신 종말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역대 정권은 정권 안보논리와 기득권세력에 밀려 근본적인 수술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독재자의 딸은 모든 것을 유신시대로 돌려놓았다.

    

그 결과로서 1863년 링컨이 게티즈버그 묘지 헌정식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 연설했던 날, 국민은 대통령 하야와 국민주권을 외치는 4차 촛불집회를 개최해야 했고, 2000년 민주주의 회복과 남북평화시대를 세계에 알렸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이 있던 날, 탄핵소추안의 국회통과를 자축하고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7차 촛불집회를 열어야만 했다.

    

그리고 “역사는 윤회하지 않는다, 반복될 뿐”이라는 교훈을 통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불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유신정권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기실 이 사건의 근원은 박정희라는 현대사의 암적 존재라 할 것이다.

 

그 암적 존재는 제왕적 대통령제, 부정비리, 불의, 부도덕, 불법·탈법, 불평등, 불합리, 정경유착, 부익부빈익빈, 분단 고착화, 정보기관과 검경의 권력하수인화, '빨리빨리문화'의 속도전, 무전유죄 유전무죄 등 암덩어리를 위로부터 아래까지 사회 곳곳에 심어놓았고, 마침내 온 나라로 전이되어 욕창, 등창, 종창으로 곪아터진 것이기 때문이다.

    

마키아 벨리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자는 과거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인간사는 선대의 그것을 닮게 되기 때문이다.”는 말의 참뜻과는 달리 독재자의 딸은 독재자의 딸이었다.

 

그는 전제군주적 사고방식과 행태, 남북긴장관계, 신냉전체제, 새마을운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정희 우상화, 정경유착 등 선대의 재현에만 몰두했다. 더구나 그 재현에는 유신시절 형성된 인간관계, 즉 40년을 함께해온 최태민 일가, 유신헌법을 기초했고 정치공작을 서슴지 않았던 김기춘 등 유신잔당이 동반했으며, 박정희가 만들고 악용했던 정보기관이 뒤를 바쳤다.

    

또 언론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전두환의 일해재단에 비유하지만, 박정희의 사례를 답습했다고 본다. 청와대를 나온 이후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박정희가 강탈한 정수장학회와 영남대, 육영재단을 토대로 부를 축적하며 통치자의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이고, 문제가 된 두 재단은 사실상 자신의 퇴임 이후를 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도 새로운 역사는 쓰여지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박근혜 정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현 정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국가라면 결코 일어나서는 아니 될 비선의 국정농단이 일어났기 때문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점을 규명하는 것이 법적·제도적 개선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먼저 구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추진했던 자유진영국가에 대한 정치적 비밀주의와 폐쇄성의 배타적 정책이었던 철(鐵)의 장막, 죽(竹)의 장막과 다름없는 최(崔)의 장막이다. 최태민과의 만남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최씨 일가는 대통령 눈과 귀, 주변을 막는 장막이었기 때문이다.

    

궁정정치와도 유사하다. 이는 고대 이집트나 중국의 고왕조(古王朝)에서 궁정귀족이나 궁정관료가 군주를 움직였고, 권모술수로 정적을 물리쳤던 것처럼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청와대에서 비선과 측근들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도당정치(徒黨政治)의 특징도 엿볼 수 있다. 지연·혈연 등의 인적 결합에서 생기는 전근대적 집단에 의하여 수행되던 정치형태처럼 최씨 일가와 측근에 의해 비공공적, 개인적 이익을 챙긴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적, 공공적 이익을 위해야 할 여당은 워치독으로 전락했고, 무능한 야당은 방관자에 머물렀다. 우리 역사에서는 외척 등 척신에 의해 행해졌던 세도정치와도 연결된다.

    

더욱이 이런 성격의 박근혜 정권이 초래한 시대적 상황은 최악이다. 통치자로 인해 국격은 추락했고,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신냉전체제를 초래했으며, 당장 내년부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데 주요 경제지표는 악화일로에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체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대외적 요인으로 경제 상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짙게 드리워진 새벽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선도해야 할 언론은 이 나라를 병들게 한 암의 원인이 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통치자의 성형·미용·약물·주사·변기·대리처방 등 가십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조차 특종인양 보도하고, 촛불집회·특검수사 상황·대선 입지자들과 정당들의 동향 보도에만 열심이다. 대선 입지자를 포함한 정치권은 더 심하다 할 것이다. 개헌을 주장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현 상황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미래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고민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여당은 살아남는 방법론으로 싸우다 분열하고, 야당은 정당·정파별로 대선 입지자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더구나 지지율 상위의 대선 입지자는 벌써부터 정권을 잡은 것처럼 김칫국을 마신다. 그저 소수정당만이 지엽적인 개혁입법 추진을 주장할 뿐이다.

    

특검 수사와 헌재 심판이 중대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당면한 현실의 극복은 책임자의 퇴진과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력의 무대를 바꾸고, 1%가 놀았던 판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헌법을 개정하여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손실의 사회화·이익의 사유화, 소득 불평등, 재벌 해체 등의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시발점이다. 이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며 건전한 시대정신이다.

    

대선 유불리를 따지며 이를 거부하는 자는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다. 천박한 역사인식과 빈약한 시대정신을 가진 자에게 통치를 맡길 수 없다. 그런 자가 통치를 해서는 결코 아니 된다. 이 나라를 위해 배척되어야 할 또 다른 암적 존재이고, 물러나야 할 고관(故官)이기 때문이다.

    

대전환기에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역사인식과 시대정신을 깨우친 국민이며,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수단은 그 인식과 정신을 표출하는 촛불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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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8 [17:13]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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