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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독감(AI), 과연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나?
[전문가 기고] 동물과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안성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12/29 [14:19]

[신문고 뉴스] 편집부 = 이 글을 쓰신 안성훈 선생님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는 조류 독감으로 가금류가 3000만 마리 가깝게 살처분 되고,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까지 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와중에 인체 독감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으므로 이의 예방과 대처에 대비하기 위해 이 글을 기고하셨습니다. 좋은 글을 보내주신 안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동물과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그것은 무엇인가? / 안성훈

 

▲ YTN 뉴스화면 캡쳐    

 

A형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B형 독감이 대기 하고 있다는 소리에 시민들은 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리 말하지만 바이러스의 감염은 개인별 면역체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일단 현재 유행하는 A형 독감은 보통 12~1월이 유행기입니다. 그리고 B형은 주 유행기가 3~4월입니다. 일반적으로 A형에 비해 B형은 임상증상의 세기가 조금 약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만 생존이 가능합니다. 독감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므로 마찬가지죠.

    

바이러스는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각 종마다 자신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을 찾았고, 그 외의 환경에서는 생존 불가입니다. 최적의 환경이란 어떤 종의 생물의 어느 기관의 세포냐 하는 의미입니다.

 

즉 인간 세포에서 가장 잘 사는 종(種)들은 사람에게 독감을 유발하고, 돼지 세포가 최적의 생존 환경인 종(種)들은 돼지 외의 다른 동물의 세포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조류가 최적인 독감 바이러스 종(種)도 당연히 있어요. 이놈들이 조류 독감을 일으키죠. 돼지 세포를 좋아하는 놈들은 돼지 독감을 일으키는 건 당연하구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신종플루라고 칭했던 독감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애초 이 독감을 돼지 독감이라고 했는데 돼지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어서, WHO에서 신종플루 H1N1으로 공식 명칭을 불렀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WHO조차 아직도 확실한 전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변화무쌍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류 독감도 닭을 좋아하는 놈들, 오리를 좋아하는 놈들 등등 다양한 종이 있습니다. 그러나 돼지 독감, 조류 독감 등은 이론상으로는 사람 세포 내에서는 생존 불가하므로 인체에 병을 유발할 수는 없습니다. 항상 문제되는 것이 돌연변이라는 변수죠. 앞에서 잠깐 설명했지만 사람 세포 내에서 생존 불가인 놈들이 세포분열을 하면서 극소수가 생존 가능한 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변이된 놈들 자손들은 전부 인체에 독감을 유발할 수 있죠.

    

드문 경우인데 돼지에서만 살 수 있는 놈과 사람에서만 살 수 있는 놈이 우연히도 같은 세포 내에 동시에 감염돼서 각자 염색체를 복사하는 와중에 서로 염색체가 섞일 수 있어요. 그럼 그 놈들 후손들은 양쪽 다 감염 가능해지죠.

    

독감바이러스는 두 가지 기구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H(hemagglutinin)와 N(neuraminidase). 이걸 HA와 NA라고도 해요. H는 바이러스가 숨 쉬는 공기를 통해 호흡기 세포 속으로 침투할 때 세포막을 통과하여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라고 볼 수 있어요. 정확히는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통과하는 문)와 결합하여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무수히 복제되어 각자가 하나의 바이러스가 되어 해당 세포 밖으로 나와요. 또 다른 건강한 세포를 찾아서 말이죠. 근데 복제된 무수한 바이러스 세포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걸 일일이 끊어줘야 각자 행동이 가능해지죠. 이럴 때 서로 연결된 바이러스들은 하나씩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N이에요.

    

H는 종류가 H1부터 H16까지 총 16가지, N은 N1부터 N9까지 총 9가지가 있어요. 각각의 바이러스는 이 중에서 H 한 종류와 N 한 종류를 가지므로 독감 바이러스 종류는 총 16 곱하기 9 해서 144종류가 되죠. H1에다가 N5를 가지는 놈을 H1N5라고 부르겠죠. 당연히 이 중에서 어떤 놈은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놈을 조류를 좋아하고 등등... N이 무엇이든 H1, H2, H3는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가능해요.

    

그리고 사람에게 유행하는 독감은 먼저 돼지에게서 발견돼요. 이 말은 인간을 좋아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아마도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4가 백신은 A형 2가지에 B형 2가지가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독감 바이러스를 다른 방법으로 분류할 때 A형, B형뿐만 아니라 C형도 있어요. 하지만 C형은 아직까지 사람 세포 내에서 살지를 못해요. 그래서 그놈에 대해서는 현재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언젠가는 이놈도 문제가 될지 모릅니다.

    

참고로 바이러스는 고열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조류 독감으로 죽은 조류를 삶거나 튀거거나 해서 먹어도 아무 문제없어요. 물론 조리 과정에서 재수 없는 일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요.

    

생물의 정의는 스스로 생산하든 약탈을 하든 에너지를 확보해서 대사를 해야 하고 자손을 번식시켜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그런데 자손을 생산하는 기전은 생산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염색체)와 그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하드웨어가 있어야 해요.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를 비롯한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이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있고 하드웨어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세포의 하드웨어를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 해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다른 살아있는 세포의 것을 이용하죠. 친구 자동차 빌리면서 연료통에 들어있는 연료를 공짜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바이러스는 그거 외에 다른 용도로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요. 즉 바이러스는 대사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것 때문에 바이러스는 진정한 의미의 생물은 아니에요. 바이러스는 소프트웨어인 염색체와 그것을 둘러싼 막, 이렇게 딱 두 가지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물론 막이 하나인 것과 둘인 것, 둘인 경우에도 그 구조가 서로 다른 두 가지, 해서 바이러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기도 해요.

    

그런데 살아있는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껍질은 세포 밖에 두고 소프트웨어만 들어가서 소프트웨어인 염색체와 그것들을 다시 둘러쌀 막을 만들어요. 막을 다시 만드는 프로그램도 염색체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4개의 염색체를 모아서 그걸 막으로 둘러싼 후 합성된 바이러스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을 품어준 세포를 파괴하면서 밖으로 나와서 또 복제하기 위해 다른 건강한 세포 속으로 다시 들어가죠. 해서 한번 바이러스를 품은 세포들은 파괴돼요.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고있는 세포의 주인인 생물 그 자체가 죽어버리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죽게 되기 때문에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그래서 병이 독하여 숙주가 금방 죽어버리는 정도의 강력한 바이러스는 그 자신도 오래 못가죠. 즉 순한 놈들만 오래도록 살아남기 때문에 바이러스로 인한 병이 세균으로 인한 병보다 더 약한 이유이기도 해요.

    

각각의 바이러스마다 가장 선호하는 숙주가 있는데, 이런 자연 숙주를 벗어난 새로운 종으로는 당연히 전염이 일어날 수 없겠죠. 그런 새로운 세포 내에서는 살 수 없으니까요. 이걸 종간장벽(species barrier)이라고 하죠. 이걸 뛰어넘어야만 조류 독감이나 돼지 독감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해지겠죠. 엄밀히 말하면 바이러스와 자연 숙주는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생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규칙을 어기고 자신의 숙주를 못살게 구는 놈들을 우리는 문제 삼는 것이죠.

    

1970년대 후반에 아프리카에서 잠시 유행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당시 이놈들은 감염 후 24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숙주가 죽어버릴 정도로 강력하여 그 바이러스 종족 자체도 같이 몰살했어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죠. 기간도 별로 길지 않았구요.

    

근데 몇 년 전 유행했던 에볼라는 범위도 훨씬 넓고 기간도 길었으며 훨씬 많은 수를 감염시켰을 뿐더러 살아남은 사람들도 제법 있었어요. 말하자면 과거의 것보다 더 순한 놈들이었다는 거죠. 이렇게 순한 놈들은 살아남고 독한 놈들은 공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순한 놈들, 즉 인간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놈들만 자연선택되는 거에요.

    

에이즈 바이러스도 과거에 비해서 더 순한 놈들만 살아남는 바람에 지금의 에이즈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이지, 약이 좋아진 것이 주 원인은 아니예요.

 

그래서 에이즈도 결국에는 인간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순한 놈들만 최후까지 생존하여 병을 유발하지 않고 공생하게 됨으로써 에이즈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정말 효과 좋은, 그래서 병을 조금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완전 치유하는 약이 나올 수도 있지요. 바이러스는 지금도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약이 없어요. 대표적으로 폐렴은 약이 있는데 독감은 약이 없습니다. 당연히 신종플루 메르스도 약이 없었죠. 다만 면역력이 어쩌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죠.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지금껏 존재해본 적이 없는 먼 미래에 돌연변이로 탄생할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항체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요.

 

결국 바이러스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위생을 개인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외엔 답이 없죠. 그리고 모든 개인위생 관리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 좋고 중요한 게 바로 수시로 손을 씻는 겁니다. 그냥 물로만 씻는 건 아무 소용없고 세정제나 비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해요. 물론 비누 거품이 많이 나도록 해서 철저히 씻는다면 구태여 세정제는 필요 없어요.

    

그리고 결국 무엇보다도 개인의 면역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면역력은 어릴 때부터 키우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너무 청결하게 키우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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