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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결선투표제와 한국 대선의 시사점
 
박채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1/05 [11:39]

[신문고 뉴스] 편집부 = 이 칼럼은 아르헨티나 국립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역임한 박채순 박사가 현재 우리나라의 대선 회두인 결선투표제에 대해 외국의 사례와 비교한 글입니다.[편집자 註]

 

아르헨티나 결선투표제와 한국 대선의 시사점 / 박채순, 정치학 박사 (전 아르헨티나 국립 라 플라타 대학교 객원교수, 현 인하대학교 객원연구원)

 

I.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

 

 

    

2017년 1월 현재 한국은 국가적인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촛불시민이 가져온 대통령의 탄핵과 그 탄핵 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가 향후 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경우, 대통령의 궐위로, 60일 이내에 정권교체를 위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이 경우에 빠르면 4월 말 늦어도 8월초 까지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다면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 20일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는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것이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민혁명에 준하는 촛불 시위를 통해 분출된 국민의 뜻은 대통령의 탄핵에 그치지 않고 재벌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 등을 이루어 한국 사회 전체를 개조하고 개혁하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바에 따른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를 위해 각 당에서 대선 예비주자들이 촛불과 유권자의 뜻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당과 예비 후보자들은 개혁의 준거가 될 개헌의 찬반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매스컴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과 유력 후보자인 문재인 측에서는 지금 헌법으로 대선을 치러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대선 후 짧은 기간 내에 헌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개헌을 통해야만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원인인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구조를 바꾸어 국가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또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테마가 결선 투표제 도입 여부다. 결선투표를 통해 국민의 콘센서스를 모아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자가 대통령에 취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갈등 해소 명분과 본선에서의 2위 득표자도 결선을 통해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현재 정치 상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나 헌법과 선거법을 통해 정치의 연속성을 잘 유지해오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법 내용을 살펴보고 2015년에 실시되었던 아르헨티나의 선거 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한국 대선에 시사점을 살펴 보고자 한다.

    

II.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제도와 2015년 대선

 

▲ 아르헨티나 대선 후 나온 한국일보 사설 일부 캡쳐     © 편집부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1853년에 제정되고 그 동안 다섯 번의 개정을 통해서 현재 통용되는 헌법 제 97조, 98조와 2009년 도입한 선거법 26,571조에의해 실행된다. 즉 현재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맨 먼저 예비선거를 거쳐서 본선거에서 당선자를 결정하나, 본 선거에서, 정해진 요건의 당선자가 없을 경우에는 결선투표(Ballotage)를 통해서 당선자를 결정한다.

    

아르헨티나 선거제도의 3단계로 실시되는 바 첫째 단계가 예비선거 과정인데 이 예비선거(PASO: Primarias Abiertas Simultáneas y Obligatorias)제도는 2009년에 선거법 26,571호로 최근에 도입되었으며, 국민이 예비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은 물론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등 모든 공직을 담당할 후보에게 본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부여하는 선거제도다.

    

이 예비선거는 전국적으로 실시하며 17-70세의 모든 국민이 정당 소속의 유무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1인 1표를 행사한다. 이 예비선거에서 1.5%이상을 얻은 후보자에 대해 본선 출마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각종 선거에서 각 당이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당원 또는 당원과 일반 국민을 포함한 선거나 여론조사를 통하거나 정당 조직 상부에서 하향식 공천을 한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이 PASO제도는 전 국민이 동시에 의무적으로 1인 1표를 행사하여 투표를 하고, 정당 또는 정치연합(alianza)은 일정 기간 이전에 예비 후보자를 내 놓아 국민의 총 투표에 의해 그 그룹의 주자를 선택하게 된다. 아울러 이 선거를 통해서 70여일 후에 실시될 본선에서 국민의 지지 정도를 미리 예측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본 선거는 결선투표(Ballotage)제도와 함께 1994년 당시 대통령 메넴과 야당인 전 대통령 알폰신 사이에 대통령 사저인 올리보스에서 협약으로 제도화하였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1989년 까지 간선으로 선출했었으나 이 때부터 직선으로 바꾸었다. 국민의 직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한 기준은 1위 후보가 45% 이상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하여 2위와 10% 이상의 차이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자로 결정된다. 즉 한국의 단순 다득표자 당선 제도와 달리 일정수준 이상의 득표를 해야 당선되는 것이다.

    

셋째, 결선투표(Ballotage)제도는 본선에서 위의 조건에 충족하는 후보가 없을 때 1위와 2위 후보를 놓고 투표하여 단순 다득표 후보자를 당선자로 정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이 결선투표 제도는 프랑스와 러시아,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브라질과 칠레 등의 남미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2015년 대선에서 위와 같이 헌법과 선거법에 의해 지난 2015년8월9일 실시되었던 대선 예비선거(PASO)에 15명이 본선 진출을 위해 경합한 결과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와 마우리시오 마끄리(Mauricio Nacri) 등 여섯 명의 후보가 예비선거 통과 기준인1.5%이상을 획득하여 본선에 진출하였다.

    

예비선거가 실시된 약 두 달 반 후인 10월25일 실시한 본 선거에서 여당인 페론당의 시올리 후보가 37.08%, 야당인 바꾸자의 마끄리 후보가 34.15%, 그리고 제 3당인 마사 후보가 21.39%를 각각 획득하여 어느 후보도 본선에서 당선에 충족하는 45%나 2위와의 10%차이를 둔 40% 이상을 얻지 못했다. 이에 3위를 한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국회의원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2015년 11월22일의 결선투표(Balotaje)에서 시울리와 마끄리 후보 2명이 국민의 선택을 위해 경쟁하였다. 결국 본선에서 2위를 했던 마끄리 후보가 3위를 했던 마사 후보 진영의 지지에 힘입어 51,34%를 얻었고, 시올리 후보는 48,66%를 얻는 데 그쳐 마끄리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5년12월10일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일련의 아르헨티나 선거를 돌아볼 때 처음 본 선거가 실시되었을 때는 집권 여당 페론당의 시올리 후보의 승리를 점쳤으나, 그는 본선에서는 예비선거에서 얻은 38.41%보다 적은 37.08%표를 얻는데 그쳤고, 마끄리 후보와 마사 후보는 각각 34.15%와 21.39%를 획득하여, 최종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었다.

    

즉 시올리는 2위와의 최소한 차이를 위한 40%에 못 미쳤고, 마끄리와 마사의 표를 산술적으로 합치면 55.54%가 되어서 결선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비록 3위에 그쳐서 최후 결선투표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세르히오 마사가 얻은  5백 3십만 표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승패를 가리는 형편이 되었다.

    

본선 이틀 후에 마사 후보는 시올리 후보는 당선이 되면 안 된다는 뉘앙스의 표현을 하여, 그의 출신인 페론당을 반대하고, 오히려 예선과 본선에서 2위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경쟁하여 앙금을 가졌던 마끄리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에는 몇 가지 신화(Mito)같은 것이 전해져 왔다. “페론당은 권력의 화신으로 어떤 경우에도 큰 선거 앞에서는 힘을 모아 선거에 승리한다”는 정서와 더욱이 “페론당 정부가 아니면 당선이 되어도 집권 만기까지 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라는 내용 등이었다.

    

그 선거에서도 20~30%의 단단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전 대통령 키르츠네르 부부를 상징한 “K”와 일반 페론당 조직이 힘을 합치면, 여당인 페론당의 후보인 시올리가 무난하게 1차 투표에서 당선되거나, 차선으로 결선 투표에서는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었다. 이른바 시올리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결국, 2015년11월22일 결선 투표 결과 야당 연합 ‘바꾸자’의 마끄리 후보가 51.45%를 얻어 48.55%를 얻는 데 그친 집권여당인 페론당 후보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후보를 제치고 국민 사이에 깊숙히 남아있는 페론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신화를 깨고 본선에서의 패배를 결선에서 승리로 장식하였다.

    

III.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가 한국 대선에 시사한 점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촛불 시민이 이룬 혁명적 상황이다. 문재인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결선제도를 포함한 헌법 개정을 통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의 결과를 결선투표에 대입해 보면 기존의 당락이 바뀐 경우가 있음을 볼 수 있다.

    

13대 대선에서는 노태우 36.6%, 김영삼과 김대중이 각각 28%와 27%를 얻었다. 이 경우에 결선 투표가 도입되었다면 2위를 한 김영삼이 3위의 김대중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해 볼 수 있다.

    

14대에서 42%를 얻은 김영삼이 33.8%를 얻은 김대중에 결선 투표에서 김대중+정주영 조합이 이뤄졌다면 대통령 당선자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15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40.3%를 얻은 김대중은 38.7%를 얻은 이회창이 19.2%를 얻은 이인재의 지지를 받아 분루를 삼켰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

    

그러나 16대 대선에서 48.9%를 얻은 노무현은 본선에서 비록 46.6%를 얻었지만 45%이상을 얻었기에 이회창에게 결선 투표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48.7%를 얻은 이명박과 18대의 박근혜도 51.6%를 얻어 본선에서 바로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문제는 금년 19대 대선이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과 거기서 갈라져 나온 개혁보수신당에서 후보를 내고, 문재인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가 있는 국민의당과 손학규와 반기문 등 다수의 후보가 출마할 개연성이 크다. 이 경우는 13대 때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과 김종필까지 다수가 겨루었던 때처럼 유권자의 표가 분산되어 본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결선 투표가 실시될 것이 예상된다. 이 경우 선거의 결과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12월 31일 10회째 실시되었던 주말 촛불시위에는 세계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연인원 1천만 명이 참여했고, 가장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으로 실시한 반정부 시위였다고 평가한다. 비록 그 방법이 평화적이었지만, 한국 국민이 정부에 반대하여 실시했던 4.19 의거와 광주와 1987년 6월항쟁과 비교하여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위가 계속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시민, 학계와 정치계 일부에서는 지난 항쟁은 그 과실을 군인과 정치인에게 돌아갔다면서, 이번 촛불 시위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의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국민 주권이 강화되는 조치와 국가 개조와 개혁을 이루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나는 국가 개혁에는 반드시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며, 선거에 참여한 각 정당, 이념, 지역 및 개인 간의 갈등을 완화될 수 있는 결선제 선거제도가 함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 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해석을 내 놓았다. 그렇지만 일부 학자와 정치인들은 헌법 개정 없이 선거법 개정으로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현실정치에서 국가의 이익에 앞서 자당과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회에서 어떤 방법으로 결론을 낼 수 있을 지가 한국 정치의 당면 과제다. 때에 맞추어 국회에서는 국회개정특별위원회를 36명의 의원이 참여하여 출발하였다. 그들의 다수가 대선 전에 개헌을 완료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다고 알려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은 헌법개정과 결선투표제도를 반대하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를 원하는 제2,3당과 후보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변경시키고자 헌법개정과 결선 투표제 실시를 주장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예비 선거에서 국민 중 17세 이상과 70세 이하의 연령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과 예비선거, 본선거와 결선 투표에까지 다단계를 거쳐 국민의 의견을 집약하여 갈등 구조를 줄이는 제도를 택함을 볼 수 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논쟁, 대선 전 개헌 여부와 결선투표 제도 도입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선거제도가 시사한 바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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