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 = 요즘 내가 받는 질문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될 것 같냐”는 거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은 “누가 알 수 있겠냐”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화가 끝나버리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나와 이야기하고 교류할 필요성을 못 느낄 거다. 왜냐하면 내가 뭔가 속 시원한 답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왔는데 저런 식의 답변이 되면 대단히 실망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 가지 질문을 그 사람에게 던진다.
“지금까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지?” 이 질문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힌트를 준다. “똑똑한 사람과 독한 사람 중 누가 더 권력을 얻을 확률이 높냐?”고.
그러면 상당수는 “독한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져오는 역대 대통령 계보 중 “똑똑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김대중 정도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독한 사람”의 분류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간다.
박근혜가 김기춘과 우병우를 지배할 수 있는 것, 이명박이 임태희와 이동관을 지배할 수 있는 것, 그 이유는 박근혜와 이명박이 그들보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들보다 더 독하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문화부 장차관들을 오라가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녀가 그들보다 더 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사람 중 “독한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대놓고 얼굴에 독기를 드러내서는 대통령후보 근처에도 가지 못할 거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듯이 독기를 숨기며 온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과연 그게 누구일까?
확률을 좁혀나갈 수 있는 방법은 “독하지 못한 사람”을 빼보는 거다. 최우선적으로 꼽히는 사람이 관료 혹은 테크노크라트 출신이다. 왜 독해야 정치를 할 수 있냐하면 정치야말로 결단과 타이밍의 예술이고, 그것은 독하지 않으면 결코 수행할 수 없는 미션이기 때문이다. 오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안 오는 것이 정치라는 거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관료 혹은 테크노크라트에게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관료는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이번 달에 못하면 다음 달에 하면 되고,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 그것이 관료의 사고방식이고 “똑똑한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오늘 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바로 그 구간에 반기문이 있다. 내가 반기문을 바라보는 관점은 딱 하나다. 과연 그가 관료적 사고방식에서 정치적 사고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그것을 하지 못해서 김종필이 실패했고, 이회창이 실패했고, 고건이 실패했다. 반기문보다 훨씬 더 똑똑할 수도 있고, 훨씬 더 노회할 수도 있는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실패했는데 과연 반기문이 그것을 해낼 수 있겠냐다. 결코 쉽지 않다.
최근 대권후보들의 얼굴을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유승민은 예전보다 표정이 유해졌고, 남경필은 예전보다 표정이 독해졌다. 물론, 나만의 추측이지만, 얼굴만 놓고 보면 유승민은 마음을 비운 거고, 남경필은 큰 꿈을 그리고 있는 거다. 유승민은 자신이 독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고, 남경필은 지금보다 독해져야 기회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거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는 거다. “똑똑한 사람”중 첫 번째로 꼽히는 안철수는 점점 더 독해지면서 관료적 사고에서 정치적 사고로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똑똑한 사람”인 문재인은 계속해서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과연 문재인이 그 똑똑함으로 “똑똑하고 독한 사람”인 이재명과 안희정을 넘어설 수 있을까? 노무현은 똑똑함과 독함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문재인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독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진화 안하는 정치인도 드물다.
오세훈, 원희룡, 김문수, 홍준표, 임태희... 과거 대권출마를 선언했던 인물들 중 “독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홍준표 정도일 것이다. 2007년 박근혜가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도 자신의 주변에 “독한 사람”보다는 “똑똑한 사람”을 더 많이 뒀기 때문이다. 이재오와 홍사덕, 홍준표와 김무성, 이동관과 이정현... 이렇게 비교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선거도 분명 “똑똑한 사람”보다는 “독한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똑똑하고 독하다면 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물론, 그것은 국민에게 불행이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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