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일당 적폐 청산 방해하는 대선후보 논쟁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17/02/13 [07:53]

박근혜 일당 적폐 청산 방해하는 대선후보 논쟁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입력 : 2017/02/13 [07:53]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나게 된 소위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야기했지만, 몇몇 인사들의 구속과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 박근혜 일당의 조직적이고도 치밀한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특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다양하고도 조직적인 저항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전술은 국민들에게 소위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밀리기만 해 왔던 박근혜 일당은 서서히 반격을 조직화해 왔고, 일베를 비롯한 집단들과 노년층들을 중심으로 허위 거짓 정보를 확산시키는 전술을 통해 이들을 결집시켜 아래로부터의 선동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정권 재창출이 어렵게 되었다고 판단해 박근혜 반대 분위기를 주도했던 한 당사자인 극우 종편들의 논조가 변하면서 상황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바로 소위 촛불의 힘으로 인해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 아니 최소한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자신들의 특권적 부패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들의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공간을 박근혜 일당이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그 효과는 이미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바로 그 문제의 핵심에 대선이 있고, 대선 후보로 누가 나오며,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에 대한 과도한 관심 조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이미 예정되어 있던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과는 무관한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철저한 단죄, 나아가 이를 방조 혹은 적극적으로 이용해 온 다양한 부패한 기득권 지배세력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국사회는 기득권 지배세력들이 만들어내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 쇼’ 앞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사전적 의미에서의 ‘보수주의’나 ‘보수파’, 특히 진보세력의 한 짝처럼 보이는 ‘보수 정치정당’이란 허구의 개념이다. 즉 현실에서는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거나 기존 사회 체제 유지를 통한 안정적 발전추구가 아닌, 탐욕과 특권의 독점적 확보와 확대를 추구하는 기득권 세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의 헤게모니 하에서 그들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집단과 오랜 기간 세뇌된 집단이 있을 뿐이다. 반동주의와 수구주의, 혹은 극우주의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 커다란 의미가 없는 관념적인 학술적 분류이다.

 

단지 서구에서는 오랜 기간 아래로부터의 끈질긴 저항의 결과,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들의 탄생으로 인해 위험을 느낀 지배 집단들이 어쩔 수 없이 일국 내에서는 타협을 하고 일정 부분 양보를 하면서 제도적으로 통제를 받게 된 것뿐이다.

 

따라서 일국의 경계를 넘을 경우 이들은 자신의 본질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음은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조절 장치가 없는 비중심부, 비서구 국가들에서는 외부의 힘과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같이 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보수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있다. 형식적, 제도적인 일부를 제외하면 과연 우리가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말 위험한 생각은 이러한 국정농단이 박근혜 시기에만 있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일파가 이명박 정권에서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하에서처럼 조금 더 세련되게 좀 더 다양한 기득권 분파들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었다면,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은폐되어 있었을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한 축인 검찰과 언론은 철저하게 이 모든 것을 덮어 버렸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것이 우리의 실제 정치이다.

 

문제는 마치 4년 내내 전혀 관심이 없던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에서 한국 대표 선수가 선전하는 중계에 몰두하며 갑자기 애국심에 불타 광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현재 우리는 급속하게 대통령 후보 문제나 그 지지율, 정당과 인물들의 합종연횡 등에 몰두하면서 정치 쇼에 빠져들고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문가라는 집단들조차 다시 특정 정치 정당의 집권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정당에 대한 지지와 비판의 문제만으로 스스로 영역을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박근혜 게이트의 토대는 바로 추악한 지대추구적 세습자본주의체제에 있다. 김동춘 교수에 따르면, “이 체제의 핵심에는 자산의 불평등, 그리고 노력 없이 획득한 자산의 부당한 세습이 있다.

 

상위 10%가 부의 66%를 독점하고 있고, 그 부가 정당한 투자에 의한 이윤이나 임금소득이 아닌 지대추구의 방법으로 얻어진 것이고, 그것이 상속세, 증여세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세습되는 나라에서 희망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최근 추정치이긴 하지만, 해외조세도피처에 한국인 재산만 무려 888조가 은닉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치민주화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는 필수적이라는 주장들이 있지만, 전적인 대안체제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구체적 상에 대해서는 서로 대립되는 주장들이 접점을 찾지 못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 정당 중심의 그럴싸한 쇼 무대 뒤에서는 자본과 관료의 지배는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기득권 연합 지배세력은 굳건하게 국정교과서와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등등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정책들을 폐기하지 못 하게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탄핵이 기각이 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또 다시 그럴싸한 정당의 얼굴로 나오는 기득권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은 이렇게 무섭게 흘러가는데, 이러한 본질을 폭로해야 할 주요 세력들 내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촛불의 성과를 누가 전유했는가에 대한 논쟁부터 진보 정당의 후보 전술이나 기존 야당 지지 문제 등까지 또 다시 홍역을 치를 것이 분명하다.

 

정치가 쇼이며, 보수 정당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정치 과정을 무시하거나 정당 정치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히 거리정치, 운동정치와 제도정치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추상적인 논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재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에 불과한 정치에 대한 과잉, 특히 그것을 정당 집권 자체로 한정하는 구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득권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야당 집권 이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게 방해하는 구조 구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근본적으로 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 정책 실행 집단을 모든 야당 내에 구축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느 정당이 되던 순수한 논리가 아닌 실질적 사회변혁을 도모할 수 있는 근본적 토대 구축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인권연대 [수요산책]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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