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심춘보 논설위원 =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다
이 땅에서 백 년 가까이 살면서 법원이 특정인 재판을 이렇게 전광석화,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마땅하지만 이번 재판은 그들이 세운 신속의 범위를 벗어난, 말하자면 과속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뭔가 불량한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이렇게 염치없는 짓을 해도 되는지. 이건 아니다.
법원의 판단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공동체 운영이나, 일원으로서 필수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법원, 그것도 법에 관해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법관들에 의해 법원이 농단 당한 사례가 있었고, 권력의 시녀 노릇으로 애먼 사람을 잡은 역사는 셀 수 없이 많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날 가장 존중받아야 할 검찰이나 법원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도 오롯이 그들의 과오(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디케의 눈은 가려져 있고 그 저울은 한치의 기움도 없이 평형을 이루고 있다. 허나 가끔, 아니 자주 디케의 한쪽 눈은 떠 있고, 그리하여 판결은 억울함을 양산해 왔다.
묘서동처猫鼠同處라는 사자성어를 보자.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라는 뜻이 아닌가. 오늘날 대한민국 대법원이 딱 그 짝이다.
법관의 판결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그리하여 법정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었고 그 누구도 고함조차 칠 수 없을 정도로 권위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비록 신은 아니지만 국가로부터 인간을 예단하는 인증을 받은 판사라면 촛불의 심지를 수십 개 자르는 심정으로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대한민국 법원에서 감동적인 판결은 기대하지 않는다. 수긍이 갈만한 판결이면 족한데 아무리 사안이 시급하다해도 이건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이재명 재판은 아무리 봐도 법관들 고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10명이 각자 6천 페이지씩만 읽었는지, 그게 아니라 각각 전부를 읽었다면 증명을 해야 한다.(여기서 두 명의 대법관의 양심 고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판사들이 6백만 불의 사나이라면 모를까 건성으로 읽어도 달포는 걸릴만한 그 방대한 분량을 단 며칠 만에 읽었다면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누가 믿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사전에 조서를 읽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판결을 했다면 이거야말로 역적질에 버금가는 행위다. 결론을 보면 무엇이 얼마나 급했는지 그들은 1심 판결문을 표절했다. 사심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인혁당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단 며칠 만에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독재자는 권력으로 살인을 해버렸다. 지금 이재명의 재판에서 인혁당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이재명의 신분이 성에 차지 않는지, 아니면 무슨 생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보은의 행위인지, 아니면 한 사람은 헌재에서 죽였으니 다른 한 사람은 대법원에서 죽이자고 그들끼리 짜고 치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저들의 눈에도 국민은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조자룡 헌칼로 난도질하면서, 그 절반의 국민조차 죽일 작정이다. 검찰 공화국 후속으로 법원 공화국을 만들 작정인가?
나는 법치주의자다. 법원의 판단을 대체로 존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법원이 억지 존중을 받고자 한다. 수십수천이 죽고 사는 재판을 처삼촌 벌초하듯 했다.
판결은 맘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는 대법원장의 망치에 놀아날 수 없다. 자고로 정당하지 않은 국가 권력에는 얼마든지 대항할 수 있다.
절차(대법원 예규)를 무시한 판결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가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했던 <다산>의 눈에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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