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기 칼럼] '다움'이 사라진 사회, '결과'라는 열매만 중시하는 사회

심종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5/08/29 [13:46]

[심종기 칼럼] '다움'이 사라진 사회, '결과'라는 열매만 중시하는 사회

심종기 칼럼니스트 | 입력 : 2025/08/29 [13:46]

▲ 심종기 칼럼니스트    

[신문고뉴스] 심종기 칼럼 = 밑반찬을 사기 위해 이촌 전통시장으로 가는 도중에 뇌쇠하고 허리가 굽은 80대 후반의 할머니를 지하철역에서 만났다.

 

이촌역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출구가 여럿이다. 계단길이 길지는 않으나 노인분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기에는 쉽지 않다.

 

이촌시장쪽 계단을 오르는데 80대 후반의 노쇠하고, 깡마른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을 들고 힘들게 계단을 오르고 계신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할머니 짐을 계단 위로 올려 놓고, 할머니를 업어 드렸다.

 

할머니께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수십번이나 하신다. 복 많이 받으라는 말씀도 함께....

 

할머니를 부축해 아파트 입구까지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께서는 보따리를 풀어 복숭아 두개를 건내주신다. 거듭 사양해도 할머니 마음을 꺾을 수가 없다.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나니 문득 천상으로 소풍을 떠나신 엄마의 모습의 떠 올랐다. 엄마도 할머니 처럼 체구가 작으셨다.

 

인간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인문학 교육과 인성교육이 거의 사라져가는 현대사회는 어른에 대한 존중과 공경의 마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면, 우리집 아이나, 남의집 아이나 하나 같이 꼰대라고 말한다. 어려운 시절의 부모와 자식은 한마음 한뜻이었다. 부모와 자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많이 변했다. "내"가 중심이 되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삼강과 오륜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도덕율이 기반이 된 승리 보다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승리가 진리처럼 되어버린 현대사회다.

 

'다움'이 사라진 사회, '군군신신부부자자'가 사라진 사회가 되었다. 

 

군주는 군주 답고, 백성은 백성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는 인간사회의 기본질서가 박물관의 유물처럼 치부되고 있다.

 

인간사회가 동물사회하고 다른점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측은지심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다. 없는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지니는 인의 마음이 측은지심이다. 서양과 동양사상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측은지심이란 仁(인)의 마음이다. 

 

서양의 군주들은 백성을 어엿비 여기기 보다는 왕실의 권력과 부를 축척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였다. 그러나, 동양은 특히, 우리나라의 임금들은 백성을 어엿비 여기는 마음을 제 일의 덕목으로 생각했다. 애민사상은 임금이 지녀야 할 덕목이었다.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으로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착한 본성(德)에서 발로되어 나오는 본성이다. 단(端)이라 함은 仁(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진 시초를 말하는 것이라고 맹자선생은 말씀하셨다.

 

仁(인)과 의(義)와 예(禮)와 지(智)가 인간사회를 이루는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온고지신(溫故知新)은 거추장 스러운 걸림돌로 생각한다.

 

해서, 기본적인 효의 마음도 찾아 보기 어렵다. 이는, 현대사회가 물질만능의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움'이란 뿌리는 불필요 한 것이 되어버렸고, '결과'라는 열매만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노쇠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무거운 짐을 들고 힘들게 가도 그 짐을 들어주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필자의 세대는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노인을 발견하면 짐을 들어주는 것이 기본 예의였다. 밑반찬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학창시절에 읊조리곤 했던 정철 선생이 남긴 시 한구절을 떠올렸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 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심종기 #살아가는이야기 #온고지신 #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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