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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김혜령 기자 = 쿠팡의 새벽배송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찬성 측은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반대 측은 “소비자 편익”과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대립 중이다. 그러나 정작 새벽배송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는 거대 기업 쿠팡은 공식 입장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24시간 가동되는 물류센터와 촘촘한 배송망을 기반으로 ‘로켓배송·새벽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를 위해 장기간 고강도 야간노동이 필수적인 구조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과로·부상·건강 악화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기업은 책임성 있는 설명 대신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 노동자들과 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새벽배송의 실상을 밝히는 집담회가 열렸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이번 자리에는 쿠팡 CFS 물류센터·쿠팡 CLS 소분 및 택배 현장 노동자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집행위원장, ‘정치하는엄마들’ 남궁수진 공동대표 등이 참석해 현장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공유했다.
집담회에서 가장 강조된 문제는 “마감이 만들어내는 극단적 노동강도”였다. 단지 ‘새벽에 배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아침까지 반드시 배송을 끝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노동자들은 마감을 맞추기 위해 시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쫓기는 업무를 수행하며, 피로 누적과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막대한 물량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고, 캠프(소형 물류 거점)와 택배 기사들은 배송 동선과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거의 쉬지 못한 채 야간 노동을 이어가야 한다.
한편 기업 측은 ‘야간근로는 선택’이라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선택은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낮 시간대 정규직·상용직 일자리는 줄어들고, 단시간·단기·특수고용 형태가 늘어난 탓에 안정적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야간에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 노동자들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를 지속한다며, 고용구조의 붕괴 속에서 발생한 ‘강요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유청희 집행위원장은 “물류·배송업의 과로사 발생은 심야노동 강도와 밀접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주요 증상은 만성 피로와 수면장애, 심혈관계 위험 증가, 장기 야간노동에 따른 면역력 저하, 근골격계 질환 악화 등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는 심야노동이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며 제도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새벽배송이 생활 필수라고 여겨지는 측면도 존재한다. ‘정치하는엄마들’ 남궁수진 공동대표는 “육아·돌봄 등으로 장보기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새벽배송은 분명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소비자 편익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며, 주문 시간 조정·배송 요일제·주간배송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집담회는 새벽배송을 ‘열심히, 빠르게 일하면 되는’ 단순한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 구조적 시스템의 문제로 진단했다.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제도 마련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쿠팡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책임과 정부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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