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특검, 윤석열 대통령 등 6명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

“VIP 격노 이후, 수사 브리핑 취소·기록 경찰 이첩 중단 지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채 상병 수사 차단 위한 해외 도피”

김성호 기자 | 기사입력 2025/11/27 [18:06]

순직 해병 특검, 윤석열 대통령 등 6명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

“VIP 격노 이후, 수사 브리핑 취소·기록 경찰 이첩 중단 지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채 상병 수사 차단 위한 해외 도피”

김성호 기자 | 입력 : 2025/11/27 [18:06]

[신문고뉴스] 김성호 기자 = 순직 해병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 온 특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해외 도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정부 핵심 인사들을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사실을 은폐하고,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인 이종섭을 외국으로 도피시킨 중대한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 정민영 특검보가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종섭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 수사대상이었음에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정부가 절차와 요건을 무시한 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해외로 도피시켰다”며 윤석열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시원, 박성재, 심우정 등 6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전개된 이른바 ‘수사 외압–호주대사 사건’의 흐름을 짚었다.

 

정 특검보에 따르면, 2023년 7월 31일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된 해병대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격노”한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종섭 전 장관은 그날 예정돼 있던 수사결과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게 하고,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종섭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고, 야당은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 전 장관은 2023년 9월 장관직에서 물러났고,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 특검보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이종섭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실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종섭을 호주로 보내기로 했다”고 수사 결론을 설명했다.

 

특검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서 외교부·법무부·대통령실이 “형식만 갖춘 채 실질적 심사를 포기했다”고 봤다.

 

정 특검보는 외교부·법무부·인사검증 과정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교부: 재외공관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심사를 담당하면서, 이미 공수처 피의자로 공개된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해 “사전에 결론을 내놓고 형식적으로 심사를 진행해 적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사검증 라인: 이 전 장관이 공수처 피의자라는 점, 관련 의혹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던 상황을 알고도 “문제없다”는 검증 결과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이미 출국금지 해제를 결정하고 심의위는 이를 ‘형식적으로 포장하는 절차’에 그쳤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정 특검보는 “심의위원회라는 제도는 있었지만, 실제로는 ‘해제를 하라’는 지시가 먼저 있었고 이를 합리화하는 장치로 운영된 것으로 수사에서 확인됐다”며 “절차를 무력화해 실질적인 도피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조사 과정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돼도 공수처 조사에 임할 수 있는 만큼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의 판단은 달랐다. 정 특검보는 “법적으로는 수사기관이 불러서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외국 주재 대사를 강제 수사할 방법은 없다”며 “당사자가 임의로 출석하지 않는 한 사실상 수사는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런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외국 대사로 임명해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범인도피에 해당한다”며 “미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다른 인사들이 왜 기소 대상에서 빠졌는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 특검보는 “관여 정도, 당시 진행 상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기소 대상을 선별했다”며 “조태열 장관은 기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실 인사 일부에 대해서는 “지시를 받아 전달만 하는 수준에 그쳤고, 그 과정이 이종섭을 외국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까지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무선까지 기소 대상을 넓히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원모 인사비서관에 대해서도 “외교부 장관과 직접 통화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있으나, 적극적 가담이나 도피 목적의 인식을 인정할 만한 수준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불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재규·이재욱 등 일부 인사에 대한 기소유예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본인이 받은 지시와 보고 과정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그 사정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라고 반박하는 것과 관련해, 특검은 대통령 권한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특검보는 “해외 공관장 임명에는 통상적인 절차가 있는데,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은 그 절차가 이례적일 정도로 무시됐다”며 “절차를 무력화해 수사를 어렵게 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공수처 고발이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불과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 결과,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더라도 이 고발은 실체 있는 사건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당사자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주로 ‘호주대사 도피 사건’ 관련 수사 결과에 집중됐고, 특검은 전체 사건에 대한 종합 정리는 28일 11시로 예고했다.

 

정 특검보는 “내일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특검이 직접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오늘 브리핑에서 다루지 않은 여타 사건의 처분 내용, 구명 로비 등 사실 규명 부분도 함께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표 자료 사전 배포 요청에 대해서는 “발표 전 유출 우려가 있어 미리 제공하기 어렵다”며 “자료 분량이 많아 브리핑 후 파일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 특검보는 “이번 사건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 실체를 가리는 동시에, 그 핵심 연결고리를 외국으로 도피시킨 중대한 범죄”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직해병특검 #채상병사건 #이종섭호주대사 #범인도피 #윤석열기소 #수사외압 #공수처 #출국금지해제 #외교부법무부 #대통령인사권한계 #특검브리핑 #대한민국정치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