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이혜훈 발탁이라는 승부수, ‘통합’인가 ‘포석’인가

심춘보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12/30 [16:26]

[논설위원 칼럼] 이혜훈 발탁이라는 승부수, ‘통합’인가 ‘포석’인가

심춘보 논설위원 | 입력 : 2025/12/30 [16:26]

▲ 심춘보 논설위원     

[신문고뉴스] 심춘보 논설위원 = 정치는 본래 순수함의 영역이 아니다. 모든 행보에는 치밀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으며, 인사는 그 정점에 있다.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 할지라도, 민심의 파고를 넘지 못하는 인사는 독이 되기 마련이다. 국민의 정치적 식견이 지도자의 머리 위를 노니는 시대, 이재명 대통령이 단행한 이혜훈 전 의원의 발탁을 단순한 ‘깜짝 인사’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제의 적’에게 곳간 열쇠를 맡긴 배경

 

이혜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수의 전사’를 자처하며 야권의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특히 과거 정국에서 그가 보여준 행적을 기억하는 지지자들에게 이번 인사는 사전에도 없는 ‘놀랄 노’ 자가 아까울 정도의 충격이다.

 

정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제 곳간’의 열쇠를 과거 적진의 인물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식적인 용인술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조조가 능력만 있다면 출신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중용했던 ‘치세의 능수’였다면, 이번 인사 역시 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일까.

 

하지만 정치적 셈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번 발탁에는 사회 통합이라는 명분 뒤에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다목적 카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청문회, 보수의 ‘민낯’이 드러나는 전장(戰場)

 

이제 이혜훈 후보자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제명해 버렸다. 다가올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보다 잔혹한 ‘인신공격의 장’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칼날을 휘두르는 장면, 보수가 보수였던 자를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보수 진영의 취약한 민낯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마도 이 지점을 예견했을지 모른다. 청문회 과정을 통해 야권의 분열과 보수의 도덕적 한계를 대중 앞에 노출시키는 것, 그것이 이번 인사가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효과일 수 있다.

 

통합을 향한 진정성인가, 고도의 정치 공학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순수한 의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사회 통합이란 무엇인가. 입으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과거의 궤적과 성향을 잣대로 사사건건 배척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통합이 설 자리는 없다.

 

과거 김신조나 김현희를 품었던 전례를 상기해보자.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공동체의 가치에 동참하겠다는 이를 수용하는 것은 민주 공동체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징표다. 전과자의 취업 제한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치적 전향자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물론 여전히 과거의 논리에 매몰된 세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한때 민주 진영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웠던 인물을 포용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단에는 그만한 무게와 이유가 실려 있을 것이다.

 

지켜봄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

 

성급한 비난보다는 깊이 있는 관조가 필요한 때다. 이번 인사가 단순한 정치 공학적 소모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진정한 통합의 마중물이 될지는 결국 청문회와 그 이후의 행보가 말해줄 것이다. 대통령의 승부수가 신의 한 수가 될지, 혹은 자충수가 될지 국민의 예리한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청문회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검증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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