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검은 황금 석유가 흐르고 있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1/06 [01:42]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검은 황금 석유가 흐르고 있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1/06 [01:42]

 

국제정치는 오래전부터 냉혹한 현실을 보여 왔다. 힘을 가진 국가는 스스로를 예외로 두고, 법은 약소국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왔다. 규범은 강대국의 행동을 구속하기보다 명분을 장식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새해 벽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군사작전을 감행하며 불법적 침략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이러한 국제질서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미국은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주장의 핵심은 명확하다. 미국 법무당국은 이미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테러 연계, 코카인 밀수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였으며, 베네수엘라 정권이 거대한 국제 마약 조직을 직접 지휘해 미국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단순한 마약 국가가 아니라 불법 이민과 국제 범죄를 조장하는 ‘위협 국가’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정말 마약과 범죄, 민주주의 때문인가. 아니면 석유 때문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1823년 선언된 몬로 독트린을 근거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적대 세력과 연계돼 있으며 서반구의 지역 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 주장을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고 본다. 실질적 동기는 에너지 자원, 그중에서도 석유와 지역 패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미국 정유 산업 구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동시에 이 원유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망을 우회해 서반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다.

 

문제는 차베스 정권에 이어 마두로 정권까지 이어진 반미·사회주의 노선이다. 석유 국유화 정책으로 미국 석유기업들이 대거 퇴출됐고, 중국·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은 미국 입장에서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조합이 됐다. 트럼프 진영이 베네수엘라를 ‘실패한 국가’, ‘범죄 국가’, ‘마약 국가’로 반복 규정해 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트럼프식 정치의 본질은 명확하다. 그는 국제 규범을 거추장스러운 장치로 보고, 법보다 힘을, 합의보다 거래를, 질서보다 지배를 선호한다. 베네수엘라 사태 역시 민주주의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패권을 둘러싼 힘의 논리가 작동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군사행위를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침략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국제법상 자기방어권이 인정되기 위한 ‘급박한 위협’이나 ‘직접적 공격 징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라크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리비아에서는 ‘인권 보호’가,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마약과 범죄’가 명분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언제나 자원과 패권이 있었다.

 

만약 강대국이 범죄자 체포나 안보 위협을 이유로 타국의 지도자를 무력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국제법은 더 이상 규범이 아니라 장식품에 불과해진다. 강대국이 도덕성을 잃는 순간, 국제사회는 다시 약육강식의 시대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베네수엘라이지만, 내일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힘의 논리가 다시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주권과 법의 원칙이 살아남을 것인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압박은 그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언제나 그렇듯, 검은 황금 석유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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