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재판, ‘법정 필리버스터’로 정의는 멀어지고 있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1/11 [16:11]

윤석열 내란 재판, ‘법정 필리버스터’로 정의는 멀어지고 있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1/11 [16:11]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이 오는 13일로 연기됐다. 이번 재판은 헌정 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정의의 종착지’가 돼야 했지만, 현실의 법정은 오히려 혼란과 지연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판을 맡은 지귀연 판사는 정해진 기일 안에 결론조차 내리지 못한 채, 절차 논쟁과 장시간 변론을 허용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중대 범죄 피의자 측 변호인단의 계산된 공세 앞에서 사법부가 보여준 모습은 단호함보다는 무기력에 가까웠다. 이는 내란이라는 국가적 중범죄를 다루는 법정의 태도로서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내란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형법이 규정한 가장 중대한 범죄다.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 질서를 전복하려는 행위에 대해 법은 신속하고 단호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재판 과정에서 법정은 핵심 판단을 미루고, 궤변에 가까운 주장들이 반복되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변호인단의 전략이 아니다. 변호인단은 본래 피의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존재들이다. 진짜 문제는 이를 통제하고 재판의 방향을 잡아야 할 재판장의 태도다. 본질을 흐리는 주장, 책임을 분산시키는 궤변, 재판을 정치적 토론장으로 만드는 행태가 반복됐음에도 뚜렷한 제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재판의 주도권은 이미 판사가 아닌 변호인단 쪽으로 넘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내란 사건은 단순한 형사 범죄가 아니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 주권을 침해한 국가 공동체 자체를 겨눈 범죄다. 그럼에도 변호인단의 변론은 법률적 방어를 넘어, 국민 상식과 정의를 조롱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명백한 불법과 위헌 행위가 정치적 판단이나 국정 운영 과정의 오해, 심지어 ‘충정’으로 포장되는 장면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비친다.

 

이 과정에서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은 반성이다. 윤석열과 김용현, 그리고 이른바 내란 세력 누구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사과 대신 반복된 것은 책임 회피와 계산된 항변, 조직적인 언어 놀음뿐이었다. 내란을 저지르고도 스스로를 피해자로 포장하는 태도는 권력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타락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란은 토론의 대상도, 해석의 영역도 아니다. 헌법을 파괴한 행위는 그 자체로 단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법정은 마치 정치적 논쟁을 중재하듯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사법인지, 아니면 권력자에게 유독 관대한 또 하나의 면죄 절차인지 묻는 국민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재판장은 중립적일 수는 있어도,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 앞에서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 공정성 뒤에 숨은 방관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재판장이 내란 세력의 변명을 방치하는 순간, 그 법정은 국민이 아니라 내란 세력의 편에 서게 된다.

 

 

이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는 내란 세력만을 향하지 않는다. 반성 없는 권력, 변명으로 일관하는 내란 세력, 그리고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법부 전체를 향하고 있다. 정의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단호한 판단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대한민국 사법은 헌법의 편인가, 아니면 헌법을 파괴한 자들의 마지막 방패인가. 내란 앞에서 중립은 없다. 오늘의 재판 장면은 기록으로 남아 역사와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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