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일 갈등 속 방일 외교, 성과와 한계를 함께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다카이치 수상 회담이 던진 질문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1/14 [02:06]

[칼럼] 중·일 갈등 속 방일 외교, 성과와 한계를 함께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다카이치 수상 회담이 던진 질문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1/14 [02:06]

중·일 갈등이 구조화되는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은 단순한 양자 외교 일정이 아니었다.

 

이번 방문은 한국이 미·중·일 전략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어떤 외교 좌표를 선택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남겼지만,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냈다.

 

 

외교적 고립은 피했다…관계 관리의 성과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한·일 정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함으로써 한국은 최소한 외교적 고립이나 선택 강요의 상황은 피했다. 감정적 대립을 자제하고 대화를 지속한 점은 진영 외교가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 노선을 선택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안보·공급망·반도체 등 실무 협력 의제를 통해 한국은 중·일 갈등의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감정적 민족주의도, 무조건적인 진영 외교도 아닌 현실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중·일 갈등 국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국 외교가 일본 외교의 연장선, 혹은 미·일 전략의 하위 변수로 인식되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중·일 갈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직접 개입이나 일방적 입장을 피했다. 단기적으로는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외교적 자율성을 지키려는 방어적 선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 신중함이 ‘전략’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일 갈등, 대만해협, 한·미·일 협력이라는 중층적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선을 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언어는 부족했다.

 

외교는 때로 말을 아끼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침묵의 이유를 설명하는 정치이기도 하다. 이번 방일에서 그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 실용 외교는 냉정한 계산이라기보다 결단을 미룬 인상으로 비칠 위험을 남겼다.

 

다카이치 수상 앞에서 원칙은 더 선명했어야

 

이번 회담의 상대인 다카이치 사나에 수상은 중·일 갈등에서 강경 노선을 취해온 동시에, 역사 인식 면에서도 일본 보수 정치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런 상대와의 정상회담이라면 한국은 중·일 갈등과 별개로 한·일 관계의 구조적 문제,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는 다시 한 번 ‘관리 대상’으로만 취급됐다. 중·일 갈등을 고려해 일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으로 읽히지만, 그 순간 실용 외교는 원칙을 뒤로 미룬 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용 외교는 흔히 갈등을 피하는 외교로 오해된다. 그러나 그것은 실용이 아니라 회피다.

진정한 실용 외교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말이 아니라,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는 외교다. 실용은 침묵의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정치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실용 외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과거사와 주권, 역사 인식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외교의 출발선이다. 미래 협력을 말하려면 과거에 대한 태도부터 분명해야 한다. 이를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하는 순간, 실용 외교는 상대의 편의에 복무하는 언어로 전락한다.

 

중·일 갈등 속에서 한국 외교가 취해야 할 태도는 단순한 균형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균형을 잡는가, 무엇만큼은 양보하지 않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방일은 관계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그 기준을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은 중·일 갈등이라는 험한 파도 속에서 외교적 좌초는 피한 항해였다. 그러나 목적지를 향해 분명히 나아갔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용 외교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타협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용기와 당당한 언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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