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판결이 아니라 선택이었다”…김건희 판결, ‘정의의 실종’을 공식화하다

조찬옥 /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1/29 [15:46]

[칼럼] “판결이 아니라 선택이었다”…김건희 판결, ‘정의의 실종’을 공식화하다

조찬옥 /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1/29 [15:4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가 내린 김건희 판결을 두고 사법 정의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내려졌지만, 그 내용과 논증을 들여다보면 ‘판결’이라기보다 특정한 ‘선택’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우인성 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피고인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금품 수수와 청탁 정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의 연관성이 상당 부분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린 데 대해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의 중대한 오류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합리적인 법리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판사 개인의 사고와 선택이 전면에 드러난 결정으로 읽힌다. 법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동원된 듯 보였고, 법적 논증은 빈약한 반면 상식적 판단은 배제됐다. 이는 과연 재판이었는지, 아니면 판사 개인의 세계관이 선고된 선언문이었는지 묻게 만든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왜 무죄인지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결문은 법리를 나열했을 뿐, 이를 통해 어떻게 무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불리한 증거들은 하나씩 해체되거나 배제됐고, 그 결과 남은 것은 법적 설득이 아니라 판사 개인의 신념뿐이었다. 법은 판사의 신념을 관찰하는 도구가 아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지목된다. 법은 평등하되 적용은 다르다는 인식이 공공연히 번역되는 순간, 법 앞의 평등은 조문 속 문장으로만 남고 현실에서는 파기된다. 일반 시민이었다면 구속과 유죄가 불가피했을 사안이, 이름 하나로 무죄가 되는 장면을 국민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우인성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개인을 무죄로 만든 데 있지 않다. 사법부 전체를 불신의 피고석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적용돼 온 정황증거의 축적, 공모의 추정, 행위 지배 가능성이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은 이 사건에서만 유독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모른다”, “단정할 수 없다”는 표현만이 남용됐다. 합리적 의심은 무죄의 기준이지, 권력자에게 제공되는 특권이 아니다.

 

합리적 의심은 엄격한 판단 기준이 아니라 면죄부로 전락했고, 정황증거의 축적이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이 판결이 문제인 이유는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왜 무죄인지에 대한 설득 가능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 있다. 판결문은 국민에게 납득을 요구하지 않았고, 설명의 책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판사는 침묵할 수 있지만, 판결은 침묵할 수 없다. 사법 판단이 설명 책임을 내려놓는 순간, 그 결정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권력 친화적 선택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할 뿐 아니라,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 두 번째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논증 속에서 구현된다. 그 과정이 생략되고 논증이 비어 있다면 판결은 존재할 수 있어도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건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을지 모르지만, 사법 신뢰에는 유죄를 선고한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무죄 판결이 아니라 정의가 법정에서 퇴출된 날로 남게 될 것이다.

 

해시태그

 

#김건희판결 #사법불신 #정의의실종 #법앞의평등 #사법부신뢰 #판결이아닌선택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사법개혁 #민주주의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