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이 심각한 한계에 직면했다. 학교폭력 가해 양상이 점점 대담해지고 지능화되는 가운데, 현행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2명이 3학년 선배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건이 발생해 학교폭력으로 신고됐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도 추가적인 피해가 이어졌고, 정작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피해 학생이 졸업한 뒤에야 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2025년 8월 26일 놀이터에서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학생 A, B는 3학년 선배 C를 발견하고, 고의로 들리게끔 욕설과 조롱 섞인 발언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다음 날인 27일에도 보건실에서 C 학생을 향해 삿대질과 함께 조롱성 발언을 이어갔고, 이후 C 학생을 쫓아가 외모와 머리카락을 비하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같은 날 점심시간에는 급식실에서 “회색 후드 집업 입은 언니 어디 있냐”, “원숭이 닮은 언니 어디 있냐”며 큰 소리로 피해 학생을 찾고 다녔고, C 학생 앞에 노골적으로 앉아 외모와 화장을 조롱했다. 결국 C 학생은 급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괴롭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C 학생의 진로를 가로막으며 머리카락을 만지려 하거나 실제로 손으로 건드리는 신체적 접촉까지 이어졌고,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반복됐다. 피해 학생은 감정을 억누르며 직접 대응하지 않고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학교의 초기 대응은 미흡했다. 가해 학생들은 구두 주의 조치를 받은 뒤에도 다음 날 다시 피해 학생을 찾아가 조롱과 희롱을 이어갔고, 노래와 춤을 추며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 이후에도 계단에서 길을 막고 허위로 피해를 주장하는 등 보복성 행동이 계속됐다.
학생 A는 메신저에 “이게 학폭이냐”,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하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학폭 신고 이후에도 2차, 3차 피해가 이어지자 학교를 직접 찾았지만, CCTV 확보와 재발 방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이 인정했기 때문에 CCTV는 필요 없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문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린 시점이었다. 심의는 피해 학생이 2026년 1월 7일 졸업한 뒤, 일주일이 지난 1월 16일에야 열렸다. 심의 과정 역시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피해자 측은 조사 과정에서 사전 정보 제공 없이 회피 신청 여부만 구두로 확인받았고, 조사 중에는 A와 B가 함께 한 언행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학생 한 명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식의 추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심의 결과는 보름 뒤인 2일 통보됐다. 위원회는 A, B 학생의 언동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외모를 비하하고 조롱했으며, 신체 접촉을 동반해 피해 학생에게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다고 판단해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서면 사과 ▲접촉·보복 행위 금지 ▲학교 봉사 ▲특별교육 조치가 내려졌지만, 피해 학생이 이미 졸업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 가족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사회성과 인성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중학교 전반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폭 신고 이후에도 학교와 교육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후배가 선배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사례는 매우 드문데,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며 “이를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해시태그
#학교폭력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중학교학폭 #졸업후심의 #2차피해 #학폭대응부실 #교육현장 #학생인권 #학교안전 #청소년폭력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