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성장 넘어 체감 회복으로”…골목경제·가계부채 구조개혁 시급- 한국의 가계 대책은 브랜드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체감 회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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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의 한숨은 깊어지고, 자영업자들은 “도대체 누가 잘산다는 것이냐”고 묻는다. 통계의 호황과 생활의 불황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묘한 상황, 결국 지금의 모습은 ‘이중 경제’다. 수출 대기업과 자산시장은 호황인 반면 내수와 자영업은 침체다. 숫자는 화려하지만 체감은 싸늘하다.
정부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골목상권과 서민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카드값을 막기 버거워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했다는 말이 자영업자들에게 위로가 아니라 울화가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는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중심이다. 내수와 골목경제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해 성장의 온기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대기업 중심 성장 모델, 부동산 자산 중심의 부의 축적 구조, 과도한 자영업 진입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통계상 호황이 이어져도 국민 삶은 개선되기 어렵다.
진짜 경제 성과는 수출액이나 주가지수에만 있지 않다.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그래도 버틸 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제는 살아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일상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성공에 그친다.
문제는 물가다.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자영업자는 식재료비·공공요금·임대료·배달 수수료 부담에 시달린다.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렵다. 소비자 역시 감당 여력이 줄었다. 여기에 고금리, 임대료, 인건비 상승이 겹치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매출이 감소한다. 매출이 줄면 빚으로 버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출은 대기업의 실적이고, 성장률은 평균치다. 평균은 개선돼도 중위 소득층의 삶은 후퇴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가장 먼저 타격받는 곳이 자영업이다.
그동안 정책은 경기 방어와 수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내수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수출만으로 경제 전반의 온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의 과실이 아래로 흐르지 않는 구조에서는 양극화만 심화된다. 이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자영업자 상당수는 이자를 내기 위해 장사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금융 부담을 완화하지 않으면 어떤 지원도 미봉책에 그친다. 가계부채는 규모와 비율 모두 높은 수준으로, 이는 미래 소득을 앞당겨 쓴 결과이자 앞으로 벌 돈이 소비가 아닌 원리금 상환으로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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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자영업자뿐 아니라 일반 가구의 소비 여력도 위축되고, 내수 회복은 구조적 난제가 된다. 숫자의 정치가 아니라 체감의 경제를 봐야 할 때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억누르는 한, 단기 지원금으로는 근본을 바꾸기 어렵다. 빚을 줄이지 않고 소비를 살리겠다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은 채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다.
성장은 자랑이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성과 홍보가 아니라 골목경제에 직접 닿는 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금융 부담 완화.
고금리 대출의 저리 전환, 매출 연동 상환 등 유연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임대료·플랫폼 수수료 구조 개선.
상가임대차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배달앱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셋째, 직접적 소비 진작.
지역화폐 확대, 전통시장·골목상권 소득공제, 한시적 소비쿠폰 등은 즉각적 효과가 있다.
넷째,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전환 지원.
재창업, 업종 전환, 폐업 후 채무조정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물가에 지쳐 있고, 소상공인은 매출 부진과 고정비 상승에 짓눌려 있다. 두 집단은 적이 아니라 공동운명체다. 해법은 명확하다. 소득은 늘리고 비용은 낮추며 돈이 돌게 해야 한다.
물가 안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유통구조 개선,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 중저소득층 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늘려야 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지출할 수 있어야 골목상권이 살아난다. 지역 내 자금 순환 장치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과밀 창업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데이터 기반 창업 관리, 업종 전환, 협업·공동브랜드 육성을 통해 생계형 난립 구조를 지속 가능한 소기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는 평균이 아니라 체감이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다.
골목의 불이 다시 켜질 때, ‘성장’이라는 말도 힘을 얻는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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