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계엄이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헌문란으로 내란이 될 수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1심 판결문에서 계엄 선포 자체는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으로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형량의 적정성과는 별개로, 계엄 자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전적 통치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치행위론으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판결문을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면책은 해주되 결과는 처벌하겠다는 식이라면 논리적 긴장은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계엄은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지, 헌법 위에 군림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우리가 인용하고 있는 통치행위론의 상당 부분이 군사독재 시절에 정립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사법부는 국가안보와 대통령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며 정치적 결단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자제해 왔다. 그 논리는 이후 대한민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 속에 일정 부분 흡수되었다.
민주주의 헌법질서에서 통치행위론은 더 이상 권력 보호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헌정의 본질은 권력분립과 견제에 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해서 그 효과와 목적까지 사법적 통제의 밖에 두는 것은 민주국가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1980년대 군사정권은 계엄을 통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훗날 전두환 등에 대한 내란죄 판결에서 법원은 계엄 형식을 빌린 헌정질서 파괴를 단죄했다.
여기서 분명해진 것은 이것이다. 계엄이라는 형식은 헌법이 허용하지만, 헌정질서 파괴는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원칙은 군사정권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군사정권을 극복하며 확립된 민주헌정의 성과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 효과가 국헌문란이라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모순인가?
민주주의 헌법질서에서 정답은 단순하다. 선포라는 정치적 판단을 전면 심사하느냐의 문제와, 그 선포가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는가라는 형사책임의 문제는 구별된다.
민주국가에서 통치행위론은 방패가 아니라 한계론이어야 한다. 권력이 헌법을 파괴하려는 순간 통치행위는 더 이상 보호영역이 될 수 없다.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법리가 오늘날에도 타당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 법리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헌정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권한의 존재가 아니라 권한의 통제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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