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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3,6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안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며, 그것은 시스템 실패이자 경영 책임의 문제다.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산업으로, 그 데이터는 곧 국민의 삶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플랫폼 기업이 자국 내 규제나 법적 책임 문제를 통상 마찰이나 외교 사안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그러나 쿠팡은 이번 사태를 두고 한미 간 외교 문제, 통상 마찰의 연장선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이 사안의 핵심은 외교가 아니라 기업의 윤리다.
그런데 사주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거액의 액수로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단순한 기업 활동의 문제가 아니다. 로비 자체는 미 정치 시스템 내에서 합법의 영역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 목적과 맥락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경영상 법적 책임 문제를 외교적 압박이나 정치적 영향력으로 우회하려 한다면, 이는 기업 윤리를 넘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영해야지 정치 권력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통상 문제는 국가 대 국가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다뤄야지, 개별 기업의 위기 모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쿠팡이 자사의 경영·노동·유통 관련 책임 논란을 두고 미국 의회 및 행정부 채널을 활용해 압박에 나선다면, 이는 기업 분쟁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쿠팡이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약속 대신 방어적 태도와 외부 압박 프레임을 앞세운다면, 이는 결국 기업 윤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쿠팡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 성장의 토대는 소비자의 신뢰와 노동자의 헌신이었다.
그러나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과도한 근무, 과로 사망 논란, 안전관리 미비 지적이 반복되었음에도 경영진 차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조적 개선 의지가 충분히 드러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국적 자본이 자국 정부의 통상 레버리지를 동원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과거 미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통상법 301조 등을 활용하며 자국 기업의 이익을 적극 방어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화되려면 최소한 차별적 규제나 명백한 통상 위반이 존재해야 한다. 국내법에 따른 공정거래·노동·소비자 보호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 압박 카드로 전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기업의 책임은 법과 제도 안에서 다뤄져야 하며, 만약 국내 규제가 과도하다면 공개적 토론과 입법 절차를 통해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곧바로 투자자 차별, 통상 장벽으로 규정해 외교 채널을 동원한다면, 이는 국내 입법·사법 주권을 우회하는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업계 보호 과잉이다. 미국 정치권이 자국 플랫폼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한국 역시 미국 내 한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때마다 외교적 압박을 가한다면, 통상 질서는 끝없는 보복의 연쇄로 치닫게 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도 커져야 하며, 특히 플랫폼 기업은 세 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
첫째, 사안을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닌 법의 문제로 한정해야 한다.
둘째, 통상 이슈로 비화될 경우 국제 규범과 협정에 근거해 차분히 대응하되, 주권적 규제 권한은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국내 기업이든 외국계 기업이든 동일 기준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외교적 방패를 들이대도 회복할 수 없다. 국민의 분노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는 프레임은 본질을 가리는 연막일 뿐이다.
기업은 시장의 구성원이지만 국가는 시장의 심판이며, 심판의 권한을 선수의 로비로 흔들 수 있다면 법치의 토대는 무너지게 된다. 기업의 책임을 외교로 덮으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그 기업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통상은 협상의 영역이지만, 법치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사안의 본질은 단 하나, 기업이 윤리를 저버렸는가 아닌가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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