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협 핵심부 비리·특혜 대출·방만 경영 확인”…14건 수사의뢰

김혜령 기자 | 기사입력 2026/03/09 [14:52]

정부 “농협 핵심부 비리·특혜 대출·방만 경영 확인”…14건 수사의뢰

김혜령 기자 | 입력 : 2026/03/09 [14:52]

[신문고뉴스] 김혜령 기자 = 정부가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핵심 간부 비리와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회원조합의 부실 은폐 등 총체적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과 시정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 전반적 비리 의혹으로 정부 합동감사반 감사를 받은 농형중앙회 본관 현판     

 

이번 감사는 지난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앞서 농식품부가 실시한 선행감사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했던 사안 38건과 익명 제보를 토대로 선정한 12개 회원조합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중앙회장·핵심 간부 비리와 전횡 확인”

 

정부는 감사 결과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이 광범위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현 농협중앙회장은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농협재단 핵심 간부를 통해 사업비를 유용하고,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선물과 답례품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부 부서를 통해 홍삼과 화장품 등 기념품을 구매해 회장실과 부회장실로 전달받은 정황도 지적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중앙회장이 지난해 2월 지역 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황금열쇠 10돈, 약 580만원 상당을 수수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의 공금 유용 정황도 적발됐다. 정부는 해당 간부가 재단 사업비와 포상금 등을 빼돌려 사택 가구와 안마기, 명품 지갑, 자녀 결혼식 비용, 운전대행 서비스 등에 사용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간부는 중앙회장 선거 관련 비위 의혹 기사를 막기 위해 특정 신문사에 광고비 1억원을 집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중앙회장 관련 사안 등 6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특혜성 대출·수의계약도 적발

 

특혜성 대출과 부적정 계약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정부는 농협중앙회가 2022년 신설 법인에 대해 사업성, 상환 능력, 채권 보전 조치 등을 부실하게 심사한 채 145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실행했고, 이 대출이 올해 2월부터 연체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중앙회와 재단, 상호금융이 특정 캐피탈사에 지분 투자와 한도대출, 기업어음 매입 등으로 거액을 지원했지만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 출신 인사들이 해당 업체 고문과 임원으로 재직했던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이 밖에 중앙회가 사업성이 낮은 물류센터 사업에 1100억원 대출을 실시하면서, 운영업체에 시세보다 높은 임차 조건을 부여하는 등 특혜를 준 정황도 감사 결과에 포함됐다.

 

계약 분야에서는 자회사가 경쟁입찰이 가능한 청소·주차 용역 계약을 10년 넘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유지해 왔고, 공개 입찰 전환 시도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사내 전용 온라인몰을 통해 수의계약 금지 규정을 우회하는 관행과 견적서 허위 비교, 검사조서 미작성 등 계약 절차 위반도 광범위하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합장·임원 금품 지원, 외유성 연수도 문제”

 

감사에서는 조합장과 임원들에게 과도한 수당과 기념품, 상조비 등이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앙회 비상임이사는 취임 시 태블릿PC를 제공받고, 매년 5600만원의 활동수당과 회의 참석 수당을 받았다. 일부 대의원대회에서는 고가 스마트폰 등 기념품이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조합장 재직 중 사망 시 중앙회가 장례비와 위로금을 지원하고, 회원조합에서 별도로 모금을 진행한 사례도 지적됐다. 중앙회와 자회사 임원에게는 퇴임 시 전별금과 여행상품권, 순금 등이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연수 운영의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의 선진지 연수가 실제로는 외유성 행사로 운영된 사례가 있었다며, 한 자회사는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000만원 규모의 해외 연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회원조합 분식회계·채용비리도 확인

 

회원조합 비리와 부실 방치 문제도 드러났다.

 

정부는 한 조합이 연체 대출 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벌여 적자를 흑자로 허위 공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4억4000만원의 배당까지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에서는 비상임이사가 배우자 업체와의 부동산 계약에 직접 관여하고, 본인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조합장이 자신의 비위를 심의하는 징계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이른바 ‘셀프 징계’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에게 특정 응시자의 사진과 이름, 면접번호를 보내는 방식의 청탁이 있었고, 실제 해당 인원 전원이 채용된 사례도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내부통제 장치 작동 안 해…근본 개혁 추진”

 

정부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단순한 개별 비위가 아니라, 농협 내부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내부인 중심으로 구성돼 독립성이 부족하고,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 감사위원을 겸직하면서 실효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앙회와 계열사 이사회 역시 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공금 유용과 특혜성 대출·계약, 분식회계 등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선 시정 및 개선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특별감사와 별도로 운영 중인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농협 개혁 방안을 마련해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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