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막고 변론 닫았나”…연세대 ‘소송사기 의혹’ 사건, 서울고법 변론재개 압박사법정의국민연대 등 “핵심 증인·직인감정 모두 배척…이대로 판결하면 또 다른 사법참사”연세대학교를 상대로 한 장기 법정 다툼에서 부당 인사발령, 임금 착취, 소송사기 의혹, 업무상 재해 은폐 주장이 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법정의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후 3시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고등법원 민사15-1부를 향해 “핵심 증거와 증인 신청을 잇달아 배척한 채 변론을 닫는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즉각적인 변론 재개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고법이 심리 중인 판결문 무효확인의 소(2025나208481) 와 관련해 “피고 연세대학교 측의 책임을 가릴 핵심 쟁점이 여전히 산적해 있음에도 재판부가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특히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분쟁이 아니라, 한 근로자가 장기간 부당한 인사와 임금 차별, 왜곡된 소송 대응 속에서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는 중대한 의혹을 품고 있다”며 “이런 사건에서조차 증거조사를 가로막는다면 법원이 스스로 사법 신뢰를 허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연세대가 사람 하나를 25년 소송으로 몰았다” 유족 측 격앙
사건의 중심에는 고(故) 이장우 씨가 있다. 유족 측과 시민단체 설명에 따르면 이 씨는 연세대학교 부속 농업개발원에서 사무직과 실습지도 업무를 수행했지만, 이후 농업개발원 폐원 및 조직개편 과정에서 행정직이 아닌 기능직으로 밀려나는 부당 전직 발령을 받았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유족 측은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수행한 실제 업무와 학력, 자격, 직무 성격상 행정직 또는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했음에도 학교 측이 이를 부인했고, 그 결과 장기간 임금 차별과 미지급 임금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족 측은 이 씨가 1997년 근무 중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도 정당한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이후 학교 측 대응과 잇단 소송 패소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 2015년 결국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는 성명에서 “연세대가 잘못된 인사발령과 책임 회피, 왜곡된 소송 대응으로 한 사람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며 “이제라도 법원이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고 측이 제출한 변론재개신청서와 준비서면을 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재판부가 판결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증거조사를 충분히 허용했는지 여부다.
원고 측은 먼저 연세대학교의 직원 인사규정과 실제 인사처리 구조를 입증하기 위해 총무처장 이 아무개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고 이장우 씨가 실제로 행정직급 교직원들과 동등한 근로를 제공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신청한 장세영 증인 역시 채택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원고 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 물증으로 농업개발원 원장 직인이 찍힌 임명장을 제시하며, 이 직인이 학교 측의 적법한 승인과 위임 아래 사용된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직인 인영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고 측 논리는 명확하다. 연세대 직인규정 제9조는 “직인은 소정의 결재 과정과 통제가 끝난 문서에 한해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인사규정 제9조 제2항도 총장이 임용권의 일부를 소속기관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만큼, 농업개발원장이 발령한 임명장이 단순한 개인 명의 문서가 아니라 학교 승인 체계 아래 작성된 공식 인사문서일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증인 신문도 없고, 직인 감정도 없고, 미지급 임금 산정을 위한 충분한 심리도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끝내려 한다면, 이는 결론을 정해놓고 절차를 접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한 번의 변론으로 종결?”…절차적 정의 실종 비판
시민단체와 원고 측은 특히 재판 진행 방식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변론재개신청서에는 원고가 피고 학교의 인사규정과 보수규정을 토대로 청구금액을 다시 특정하고 미지급 임금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재판부가 이를 위한 실질적 입증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적시돼 있다.
원고 측은 “증거신청과 구석명 신청, 문서감정 신청까지 이어졌음에도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종결을 선언한 것은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 사건은 단순히 서류 몇 장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누가 인사권을 가졌는지, 농업개발원장의 발령이 학교 승인 아래 이뤄졌는지, 고 이장우 씨가 실제로 어떤 직무를 수행했는지, 그에 따른 정당한 임금이 얼마였는지, 그동안의 소송에서 왜 이런 사실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야 하는 복합 사건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런 사건을 증인신문 한 번 제대로 없이 정리하려 한다면, 그 자체가 재판의 형식화이자 사법의 직무유기”라고 직격했다.
대법원 취지까지 거론…“관건적 사실이면 변론 재개가 원칙”
원고 측은 변론재개신청서에서 대법원 판례도 정면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2010다20532 판결 등에서, 당사자가 책임지기 어려운 사정으로 변론 종결 전 충분한 주장·증명을 하지 못했고, 그 내용이 판결 결과를 좌우할 관건적 요증 사실에 해당한다면 법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해결을 위해 변론을 재개하고 충분한 심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바 있다.
또 2018년 대법원이 민사재판에서 당사자 증거 신청을 폭넓게 채택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증거채부 실무운영 방안 역시 언급했다. 원고 측은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필요성을 부정하지 말고, 기존 심증과 다른 주장이라도 조사 필요성이 있으면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방향인데, 정작 현장 재판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사건의 승패를 넘어, 법원이 정말로 당사자에게 입증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사례라는 것이다.
“날치기 재판 멈춰라”…사법단체들 공개 압박
사법정의국민연대 등은 성명에서 훨씬 더 직설적인 표현을 썼다. 이들은 서울고법 민사15-1부를 향해 “날치기 재판을 하지 말고 변론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고 이장우 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유족들이 미지급 임금 내역을 입증하고, 총무처장 이 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김용담 전 대법관의 과거 판결과 연세대 측 소송 대응으로 인해 왜곡된 판단이 반복돼 왔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이번 항소심마저 충분한 심리 없이 종결된다면 사법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법원이 진실을 가리는 마지막 보루라면, 이제라도 증거를 열고 증인을 부르고 감정을 실시해야 한다”며 “변론 재개 없는 선고는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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