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옥 칼럼]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문턱, 그리고 플랫폼 경제 시대 무너지는 서민경제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3/16 [12:07]

[조찬옥 칼럼]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문턱, 그리고 플랫폼 경제 시대 무너지는 서민경제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3/16 [12:07]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지금 한국 경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겉으로 보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식어가는 흔한 불황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깊은 구조적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세계 경제의 흐름부터 심상치 않다. 고물가, 고환율, 그리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언제든 유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중 주유소의 석유류값 인상이 가팔라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가 오르고 생산비가 상승한다. 결국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로 이어진다. 동시에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가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압력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다.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도 줄어들며 자영업 매출은 떨어진다. 골목상권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경제가 나쁘면 물가라도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 사이클이다. 반대로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과열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세계 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단순한 둔화 국면이 아니라 성장의 힘은 약해지고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경제는 얼어붙는데 생활비는 계속 오르는 기형적인 구조,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문턱에 서 있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기 침체보다 훨씬 위험한 경제 상황이다. 경기가 나쁘면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면 된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돈을 줄여야 한다. 즉, 경기를 살릴 수도 없고 물가를 잡기도 어려운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바로 이 위험한 갈림길에 서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환율 불안,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겹치면서 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반면 내수 경제는 얼어붙어 있다. 골목상권은 비어가고 자영업자는 폐업을 고민하며 기업 투자도 위축되고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장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탈세계화 흐름, 미·중 패권 경쟁, 보호무역 확대, 에너지 지정학까지 모든 요소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물가만 버티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서민들에게 스태그플레이션은 통계 이상의 고통을 의미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와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대출 금리도 상승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제의 고통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서민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한계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경제는 더 얼어붙고, 반대로 돈을 풀면 경기는 잠시 살아날 수 있지만 물가 폭등을 부를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까지 흔드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경제가 멈추면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정치적 극단주의가 고개를 들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스태그플레이션은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 혼란을 불러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 회복을 위해 타깃형 추가경정예산(추경) 지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돈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무차별적인 재정 확대는 오히려 물가 상승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타깃 추경이다. 물론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 개혁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장기 전략이 없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단기 정책만으로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없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다. 성장은 멈추고 물가만 오르는 경제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통계가 아니라 서민의 일상이다.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하다. 이 위기를 버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 것인가.

 

플랫폼 경제 시대, 무너지는 자영업

 

요즘 골목상권을 걷다 보면 ‘임대’와 ‘폐업’이라는 글자가 낯설지 않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플랫폼 때문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자영업 붕괴를 가속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소비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소비는 배달앱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찾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때 한국 경제의 마지막 안전망은 자영업이었다. 직장을 잃어도 골목에 작은 가게 하나 열면 최소한의 생계는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플랫폼 경제라는 거대한 구조 변화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 가게도 없고 직원도 많지 않다. 그러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검색, 알고리즘, 데이터, 수수료를 통해 모든 거래의 입구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골목을 걷지 않는다. 

 

플랫폼에 노출되지 않는 가게는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자영업자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노출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에 놓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식당을 고르고 물건을 주문하는 순간, 자영업자의 운명은 이미 플랫폼 알고리즘 안에서 결정되고 있다.

 

문제는 거래의 주도권이 완전히 플랫폼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상품을 팔지만 고객은 플랫폼의 고객이다. 가격도, 노출 순서도, 수수료도 플랫폼이 정한다. 자영업자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입점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됐다.

 

수수료 구조는 더 잔혹하다. 배달비, 광고비, 플랫폼 수수료가 겹겹이 붙는다.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매출은 플랫폼이 가져가고 비용과 위험은 자영업자가 떠안는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경제의 보이지 않는 착취 구조다.

 

골목상권은 두 번 무너지고 있다. 첫 번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의해 무너지고, 두 번째는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퇴직 이후의 삶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퇴직자들에게 자영업을 사실상 유일한 생계 모델로 제시해 왔다.

치킨집, 편의점, 카페, 프랜차이즈점 등이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 시대에는 이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플랫폼 비용 구조 속에서 개인 가게가 버티기 어려워졌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자영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퇴직 이후 자영업 말고 무엇으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국가는 새로운 사회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평생 직장은 사라졌고 자영업 안전망도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평생 직업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이다.

 

재교육, 공공형 일자리, 지역 기반 서비스 산업, 중장년 기술 직업 등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자영업 붕괴는 곧 서민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 경제는 분명 편리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뒤편에서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스마트폰 속 주문 버튼 하나가 눌리는 순간, 골목의 불빛 하나가 꺼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서민경제의 기반이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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