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간이 화폐가 된다”…초고령 사회 해법, 타임뱅크에 있다

박오영 교수 | 기사입력 2026/03/20 [03:44]

[칼럼] “시간이 화폐가 된다”…초고령 사회 해법, 타임뱅크에 있다

박오영 교수 | 입력 : 2026/03/20 [03:44]

▲ #타임뱅크 #노인복지 #초고령사회 #돌봄시스템 #사회보장 #요양원 #자원봉사 #세대연대 #복지혁신 #지역사회돌봄 #고령화대책 #공동체회복 #노후준비 #사회적가치  © 신문고뉴스

 

사회복지센터와 요양원에 의존해야 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보장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요양원에 입소하는 한 달 비용은 매우 높아, 누구나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목할 만한 대안이 있다. 바로 스위스가 도입한 ‘타임뱅크(Time Bank)’다. ‘보완적 돌봄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이 제도는 자원봉사자가 노인을 돌보며 ‘시간’을 적립하고, 훗날 자신이 돌봄이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하는 세대 간 사회보장 모델이다.

 

참여자는 말벗, 장보기, 가사 지원, 식사 준비 등 일상적인 돌봄 활동을 수행한다. 이때 제공한 시간은 개인 계좌에 ‘시간 크레딧’으로 기록되며, 향후 동일한 가치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상호성’이다. 젊고 건강할 때 사회에 기여한 시간이 노후의 안전망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특히 서비스 종류와 관계없이 1시간은 동일하게 1시간으로 인정돼 공정성과 단순성을 확보했다.

 

또한 정부나 공공기관이 운영과 검증을 맡아 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타임뱅크는 단순한 봉사 시스템을 넘어 복지 패러다임 전환 모델로 평가받는다.

 

우선 공공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기존 요양시설 중심의 돌봄 구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타임뱅크는 지역사회 기반의 상호 돌봄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해 시설 입소 시점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세대 간 교류를 활성화해 고립감을 줄이고 공동체 유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실제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은 타임뱅크의 실효성을 보여준다. 현지에서는 은퇴자가 또 다른 고령자를 돌보며 시간을 적립하고, 이후 자신이 다쳤을 때 즉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돌봄 공백 없이 신속하게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기존 복지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시민 절반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사회적 수용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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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시간을 저축하는 복지’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정부 역시 해당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노인복지시설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요양원 봉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만약 봉사한 시간만큼을 미래에 사용할 수 있다면, 제도는 빠르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시스템과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

 

필자는 과거 호주를 방문했을 때 인상 깊은 장면을 경험한 적이 있다. 대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묘지에서 고인들이 생전에 남긴 글을 학생들이 읽으며 등교하는 모습이었다. 그 글에는 삶에 대한 성찰과 후회, 그리고 행복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무의식 중에 이러한 글을 접하며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삶에 대한 태도를 일찍 정립한 학생들이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젊은 시절 요양원에서의 봉사활동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결국 같은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노인이 되기 전에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결국 인생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봉사활동은 타인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은 급여보다 더 큰 가치를 느꼈다고 말한다. 노인들을 돌보며 오히려 삶의 지혜를 배우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과 치매 예방 지식 등을 체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30대 청년층까지 요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자발적인 봉사문화가 확산되면 정부의 복지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공동체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돌봄을 비용이 아닌 ‘시간’이라는 자산으로 바라볼 때다. 타임뱅크는 초고령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속히 제도가 구체화되어 전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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