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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김형구 칼럼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협정 시한을 2주간 연장했다. 이란의 원유시설과 발전소등을 초토화시키겠다며 공격 명령을 내리기 불과 수시간 전이다. 파키스탄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결정이라 했지만, 이란이 휴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막상 공습을 감행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란 말도 들린다. 어떤 이유에서건 대화와 휴전을 논의할 여지가 늘어난 것은 큰 다행이다.
이란전쟁이 초기 예상과는 달리 미국의 승리가 불투명해 보이고 점점 출구없는 전쟁의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심지어 미국의 패배를 예측하는 군사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다. 미국의 패배까지는 몰라도, 실패한 전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침공 명분이었던 핵 완전제거와 체제전복, 실제 목표였던 원유 장악을 못하고 물러난다면 패배 또는 실패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 목적은 서로 달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라엘이 이란내 잔여 핵시설과 방공망을 완전 파괴하여 이란의 잠재적 핵 공격력을 원천봉쇄하고 신정체제를 전복하려는 군사적•종교적 목표였다면, 미국은 이란에 친미정부를 세우고 막대한 원유와 개스를 장악하려는 정치적•경제적 목표가 맞물렸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란 침공을 감행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베네수엘라 침공에서 쉽게 목표 달성한 자신감이 더 컸을 거라 짐작된다. 힘의 논리를 맹신하는 건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특히 이란과의 핵협상이 진전을 보이던 와중에 침공한 것을 보면, 협상이 성공하여 평화 국면이 이어질 경우 이란의 원유 장악과 하메네이 신정체제 전복이 요원해 질 것이라 보고 원유 강탈의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대미문의 '협상 중 침공'이라는 비윤리적 침략성에 쏟아질 국제사회의 원성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국제 협의없이 독자적 결정으로 일으킨 전쟁에 우방국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을 보면, 트럼프에게는 국제사회의 신뢰나 질서는 안중에 없어 보인다. 당시 이미 호혜원칙을 무시하고 전세계 국가에 과도한 관세물리기로 국제깡패라고까지 불리던 트럼프였으니, 이란 한나라를 침공하는 결정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다. 게다가 일년전,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여 손쉽게 먹어 버린 달콤한 유혹이 이란 침공을 서두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초, 베네수엘라를 해상 봉쇄에 이어 전격 침공, 인권탄압과 마약범으로 지목한 반미성향의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미국법정에 세우고 과도 친미정권으로 교체했다. 마치 35년전, 부시 대통령이 파나마를 침공하여 노리에가 대통령을 마약범으로 체포, 미국으로 데려와 미국법정에 세우고 파나마 방위군을 해체시켜 버린 과거 역사의 데자뷰를 본 듯하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라 해도, 엄연한 주권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해 그 나라 국민이 뽑은 지도자를 체포•송환하여 미국법으로 다스리는 행위가 국제법상 옳고 그른지 따지는건 필요치 않다는 과시이자 힘의 만용이다.
미군의 희생없이 손쉽게 강점한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수입국 중국을 견제한다며 원유 생산과 유통을 맘대로 주무르고 있는 미국이, 그 달콤한 유혹을 이란침공에 투영했을 것은 쉽게 짐작된다. 하지만 이란의 역사와 국민성, 지형적 특성과 군사력, 이란과 중국•러시아 관계등 베네수엘라와는 차원이 다른 나라라는 점을 간과한 듯 보인다.
아무튼 트럼프는 이란을 침공하며 전쟁이 며칠 또는 길어야 한달이면 끝날거라고 장담했지만, 달포가 되어가는 현재의 전황은 미국측에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폭격 초기에 완전 파괴했다던 이란의 방공망이 여전히 살아 있어 연일 이스라엘과 주위 아랍국의 미국 군사시설들이 초음속 미사일에 공격 당하고, 심지어 미국 전투기들이 제공권을 완전 장악한 이란 영공에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고 있다.
작년 미국의 핀셋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했다던 핵시설의 실제 가동 여부와 핵무기 제조에 거의 다다른 농축 우라늄의 위치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작년 공습때 완전 파괴했다던 핵시설 파괴가 이번 침공 명분중 하나였으니, 작년 공습 결과도 과장된 보고였다는 말이 된다.
단기간내 승리를 장담했던 미국의 침공은 역설적으로 이란의 핵시설 복원력과 강력한 방공망, 미사일 공격력을 입증해 준 셈이고, 오히려 이란 독재정부에 저항하던 반체제 세력을 반미•반이스라엘로 돌려 놓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이란의 마지막 카드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며 전세계가 경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은 연일 지상군 투입과 유전지대 및 발전소 폭격을 경고하며 최종시한을 주고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은 휴전을 거부하며 끝장을 볼 기세다.
대화와 협상에 긍정적이던 온건파 지도부가 침공 첫날의 폭격으로 하메이니와 함께 집단폭사한 것도 휴전협상에 어려움을 주는 이유로 보인다. 이란 지도부가 집단폭사한 뒤 대화를 거부하는 초강성 새지도부로 대체된 점도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과 동맹으로 침공했던 이스라엘의 휴전반대 입장도 전쟁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요격을 다 써버려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이국의 원조를 읍소하면서도, 이 참에 이란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기라도 할 기세다. 미국없이 자력으로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군사력이라 해도 엄청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방어 목적이라 했던 핵무기가 공격용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선민의식과 종교적 신념이 강한 민족이 이슬람 국가들에 둘러싸여 대척하며 전쟁의 공포를 일상으로 느낄 것은 쉽게 짐작된다. 상상하기조차 무섭지만, 호전적인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국민감정을 자극하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이번 이란전쟁의 수혜국은 단연코 중국과 러시아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곤경에 빠진 미국이 엄청난 경제적 외교적 손실을 당하는데 반해힘 안들이고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유통도 한국•일본에 비해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수급에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심지어 이란정부가 중국 국적의 원유수송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정도다. 러시아의 수혜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전쟁의 국제적 비난이 수그러진 점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미국으 무기들이 이란전쟁으로 쏠리면서 러•우전쟁 휴전까지 우월한 전황을 끌어갈 것이다.
더불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개스를 한국•일본을 비롯한 친미국가 블럭에 낮은 가격으로 오퍼하며 친러 외교의 틀을 짜는 기회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에 안정된 가격의 원유제공 의사를 타진하면서 향후 군사•경제교류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이 향후 물류 운송의 관건으로 보고 주요정책으로 삼은 한국정부는 러시아와 경제교류를 재개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북극항로는 반드시 러시아 영해와 항구 인프라가 필요하고, 쇄빙선•유조선등 제작에 세계 최고인 한국의 기술력과 하드웨어가 만나야 가능한 대역사다. 북극항로가 열리는 순간 아시아-유럽 물류비가 40% 절약되고 기간도 열흘 정도 단축된다. 한국정부는 이미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여 북극항로의 거점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러우전쟁과 이란전쟁의 여파가 우리에게 천우신조의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란전쟁의 직접 영향을 받는 나라다. 수입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하는 한국은 원유가•운송료 폭등에 따른 피해국이다. 한편으론 한국산 첨단 무기의 성능이 실전에서 알려져 주요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정상급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양산하던 최첨단 무기를 실전 사용하며 효력을 입증한 호기를 맞았다. 무기 수출 호조로 국가경제가 강해지고 실전 데이터 축적으로 미래 방산산업의 선두 자리를 지킬 것이다.
미국이 이기거나 지거나 이란전쟁이 마무리되면 국제질서는 분명히 초강국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에서 다극(多極)체제로 변할 것이다. 러시아가 러•우전쟁으로 막대한 국력을 쏟아 부었지만 정상 위차를 지킬 것이고, 트럼프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약세로 밀려있던 중국이 부상하여 3국이 경합하는 다극체제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어쩌면, 더 이상 절대적 힘과 영향력을 지닌 패권국가가 따로 없는 무극(無極)체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력으로 국제질서의 정상에 오른게 아니고, 미국의 외교실패와 원정전쟁으로 잃어버린 힘의 공백을 틈타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순히 이란전쟁에서 입은 경제적•군사적 손실때문에 힘의 공백을 맞는게 아니다. 원칙없는 관세 부과로 보여준 국제신뢰도 추락, 자신이 일으킨 전쟁에 참전하라고 우방국들을 협박하는 비상식, 원유 등 자원확보를 위해 주권국가도 침공하는 제국주의적 만용, 협상중에도 상대국을 침공하는 비윤리 등 안하무인 정책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MAGA를 외치며 세계 최강국을 세우겠다며 유권자 표심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 손으로 왕관을 벗어 던지는 꼴이다. 도덕과 윤리를 지키지 않는 영광이 오래가지 못하는 건 국가나 개인에 공히 적용된다.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재명정부로서는 실질적 국익을 얻을 다자간 등거리 외교와 안보논리에 묶인 전통적 친미 편향외교를 저울질 해봐야 한다. 며칠전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군의 전작권 회수와 동북아 안보책임 확대를 동시에 언급한 것은 국익과 국격을 지키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시의적절했다. 주권국가는 자주권 행사에서 비롯된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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