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변론을 마치고] 흐르는 강물도 결코 진실을 덮지 못한다

김경호 변호사 | 기사입력 2026/04/14 [00:53]

[최후 변론을 마치고] 흐르는 강물도 결코 진실을 덮지 못한다

김경호 변호사 | 입력 : 2026/04/14 [00:53]

▲ 김경호 변호사(합동군사대 대덕대 명예교수     

[신문고뉴스] 김경호 변호사 = 거센 탁류는 젊은 생명을 삼켰지만, 진실의 흐름은 결코 막지 못했다. 법정의 공기는 무거웠다.

 

고요한 공간 위로 울려 퍼지는 나의 최후변론은 단순한 법리 다툼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가운 물속으로 스러져간 고(故) 채수근 해병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이자, 견고한 권력의 벽을 향해 던지는 뜨거운 고발장이었다.

 

그날, 내성천의 비극은 그저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끊어졌던 야만의 시대처럼, 법적 인과관계라는 차가운 논리 뒤에 숨어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자취를 감추려 했다. 구명조끼조차 없이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현장의 주도권은 분명 임성근에게 있었음에도, 권력은 이를 은폐하고 도리어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항명 수괴'라 불렀다.

 

그러나 낡은 물건에서 세월의 진실을 발견하듯, 우리는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 속에서 기어코 시대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프랑스의 에밀 졸라가 조국을 향해 "나는 고발한다"고 외쳤듯, 홀로 오명을 뒤집어쓴 채 진실의 문을 두드린 이들이 있었다.

 

이용민. 대대장의 진솔하고도 처절한 외침은 언론을 깨우고, 국회의 문턱을 넘어, 마침내 특검법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이 엄숙한 법정에까지 이르렀다.

 

모든 책임을 떠안고 극단적 선택의 벼랑 끝까지 서성여야 했던 이용민 중령의 눈물과, 권력형 위증으로 본질을 호도하려 했던 이들의 민낯이 교차하는 순간, 나는 깊은 분노와 동시에 가슴 벅찬 감격을 느꼈다.

 

진실은 스스로 입을 열지 않지만, 용기 있는 자들의 연대를 통해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보편적인 삶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 법정에 울려 퍼진 나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책임'과 '명예'의 진짜 의미를 건져 올리려 했다.

 

계절이 바뀌어 어김없이 신록이 움트듯, 이 역사적인 재판의 끝자락에서 권력에 의해 망가진 해병대의 붉은 명예가 찬란하게 회복되기를 바란다. 차가운 강물 속에서 영원한 별이 된 청년의 영전에, 비로소 따뜻하고 정의로운 봄바람이 닿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26.4.13.

변호사 김경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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