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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국민의힘은 더 이상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과 행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한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어렵게 마련된 여야 개헌 합의마저 스스로 무산시킨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번 개헌 논의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권력 남용과 헌정 위기를 막고, 계엄 선포 시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근 계엄 사태와 헌정 위기를 경험한 국민들은 다시는 권력자의 독단과 독주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개헌안마저 본회의 참석 거부와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무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안전장치 마련 자체를 거부한 것이며, 결국 권력 통제와 헌정질서 강화를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헌을 무산시킨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송원석 원내대표는 느닷없이 헌법 전문에 새마을운동과 근대화운동을 넣자고 주장하며 개헌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하거나 사실상 무산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송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이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헌정 가치를 유지·발전시킨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며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국민들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독재 붕괴의 도화선이 되었고, 5·18 민주화운동은 군부독재와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 저항의 역사다.
오늘의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는 바로 그 희생과 피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민주화 정신은 거부하면서, 오히려 극단적 이념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건국·새마을·근대화 서사를 헌법 전문에 넣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개헌 자체를 하지 말자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동시에 뉴라이트식 역사관을 헌법에 각인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다.
이미 합의된 내용은 거부하고 새로운 갈등 요소를 끌어들인 뒤 “합의가 어렵다”, “시기상조”라는 명분을 만들어 결국 개헌을 무산시키는 방식은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일 뿐이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이용한 정치 공학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여기에 장동혁 대표의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그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탄핵과 관련해 계엄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탄핵이 아니라 자발적 퇴진과 같은 정치적 방식이어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헌법 자체를 부정하는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은 헌법이 정한 가장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헌정질서 수호 장치다. 권력이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을 때 국회와 헌법기관이 헌법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했어야 한다거나 자진 사퇴로 마무리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헌정 파괴 행위조차 정치적 거래와 타협으로 덮자는 위험한 발상일 뿐이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는 권력자의 독단적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한 국회 동의 절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를 무산시켰다. 이는 결국 계엄과 권력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헌법적 안전장치 마련조차 거부한 것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안전하게 만들자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축소·부정하고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며, 계엄과 내란이라는 중대한 헌정 파괴 행위조차 헌법적 심판보다 정치적 봉합을 우선시하고, 권력 통제를 위한 개헌마저 무산시키는 모습은 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통성과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관된 흐름으로 볼 수밖에 없다.
헌법은 특정 정치세력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이념 교과서가 아니다. 또한 헌정질서를 유린한 권력자를 정치적 거래와 타협으로 면죄해주는 도구도 아니다. 헌법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희생과 저항 속에서 피와 눈물로 지켜져 왔다.
5·18과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부정하면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행위를 두고 탄핵보다 정치적 타협이 우선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법치주의를 말할 수도 없다. 국민은 결코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헌정질서를 흔드는 세력의 위험한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독재와 계엄 권력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민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왔는지를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역사 위에서 오늘의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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