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160년 역사, 국회도서관에서 다시 숨 쉬다

김영남기자 | 기사입력 2026/05/22 [08:53]

고려인 160년 역사, 국회도서관에서 다시 숨 쉬다

김영남기자 | 입력 : 2026/05/22 [08:53]

[신문고뉴스]김영남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나비홀에 낯선 듯 익숙한 시간들이 걸렸다. 빛바랜 사진 한 장, 손때 묻은 신문과 악보, 타국의 바람을 견디며 간직된 기록들은 긴 침묵 끝에 다시 조국의 언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 고려인 160년 역사, 국회도서관에서 다시 숨 쉬다     ©김영남기자

 

고려인문화관과 국회도서관이 공동 개최한 특별전 「고려인, 자료로 읽는 역사」가 지난 20일부터 31일까지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을 앞두고, 척박한 타국의 땅에서도 민족의 혼을 지켜낸 고려인 선조들의 160년 디아스포라 역사를 국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떠남의 역사’다. 연해주로 향했던 이주의 발걸음,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내몰렸던 강제이주의 흔적, 그리고 낯선 땅에서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운 고려인들의 시간이 지도와 기록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김병학 관장이 25년 동안 카자흐스탄과 국내외를 오가며 직접 발굴·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는 오랜 세월 잊혀진 고려인 독립운동과 생활사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흩어진 민족의 기억을 한 점씩 되살려 왔다.

 

전시장에는 총 140여 점의 사료와 유물이 공개됐다. 그 안에는 총 대신 독립의 깃발을 들었던 홍범도 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고, 고려인 사회의 큰 지도자였던 최재형 선생의 발자취도 담겨 있다. 또한 고려인 독립선언서와 ‘십오만원 사건’ 관련 기록, 고려인 음악 채록 자료, ‘삼월일일’에서 ‘고려일보’로 이어진 언론 자료들은 총칼보다 강했던 민족정신의 역사를 증언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회고가 아니다. 강제이주의 비극 속에서도 우리말과 노래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 국적은 달라져도 조국의 이름만은 가슴에 품고 살아낸 고려인들의 삶을 오늘의 대한민국에 다시 묻고 있다.

 

차가운 열차에 실려 초원으로 떠밀려 갔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조국을 잊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학교를 세우고 신문을 만들고 노래를 남겼다. 역사는 그들을 오래 침묵 속에 두었지만,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 고려인 160년 역사, 국회도서관에서 다시 숨 쉬다     ©김영남기자

 

김병학 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고려인 선조들의 독립운동과 디아스포라 역사를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도 고려인 역사문화의 보존과 교육 활동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인문화관은 국가지정기록물 23점을 포함해 1만2천여 점의 고려인 역사유물을 소장한 국내 대표 고려인 역사유물전시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도 광주 고려인마을에서는 잊혀졌던 이름들이 다시 역사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

 

# 김영남기자 nandagre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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