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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 때마다 언론은 "코스피 상승", "반도체 슈퍼사이클", "증시 훈풍"이라는 제목을 내걸며 경제 회복의 신호를 전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환호성과 달리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식시장은 축제 분위기인데 전통시장은 한산하고, 증권계좌 수익률은 오르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경제뉴스와 서민들의 현실 사이에 점점 더 큰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더 이상 성장과 호황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 한 달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생존의 문제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지표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한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환율 문제다. 환율은 단순히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숫자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체온계이자 국민 생활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석유와 가스, 밀과 옥수수, 대두와 같은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결국 환율 상승은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교통비와 난방비, 전기요금 상승으로 연결된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생산비용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외식비와 생활필수품 가격 역시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성장과 투자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메시지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환율 안정과 물가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이 아니다. 국민들은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원한다. 언제 물가가 잡힐 것인지, 언제 생활비 부담이 줄어들 것인지, 언제 월급만으로도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듣고 싶어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산 양극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상승의 혜택은 기본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상당수 서민들은 주식 투자보다 당장 생활비 마련이 더 시급한 상황이며 주식시장 상승이 자신의 삶과 직접 연결된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위 계층은 자산 가치 상승을 통해 부를 늘려가고 있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개선되고 증시는 상승하는데 국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체감경기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공공요금과 임대료, 교육비 부담도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성장률을 말하지만 국민들은 식비를 걱정하고, 정부는 수출을 말하지만 국민들은 전기요금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증시 상승을 말하지만 국민들은 월세와 대출이자를 걱정한다. 바로 여기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체감온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경제정책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의 무관심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 결과와 정쟁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물가 문제와 환율 문제는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듯한 모습이다. 민생을 말하지만 정작 민생의 핵심인 생활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기 시작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침체된다. 내수가 무너지면 기업도 버티기 어려워지고 결국 국가경제 전체가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로 포장된 낙관론이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다.
따라서 정부는 환율 안정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 완화 정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목표를 금융시장 지표 관리에만 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경제 회복에 두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경제성장률 보고서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절박한 요구이며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달라는 호소다.
주가가 아무리 올라가도 시장에서 물건값을 보고 한숨 쉬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그것을 온전한 경기 회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주가나 코스피 지수가 아니라 국민들의 장바구니와 통장에서 판가름 난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주가 상승이 아니라 국민 삶의 회복이다. 정부가 이 과제에 대해 얼마나 분명하고 실효성 있는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국민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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