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호근 詩線 ] 수평선 너머의 합창

유호근 남아공 선교사 | 기사입력 2026/06/11 [12:56]

[ 유호근 詩線 ] 수평선 너머의 합창

유호근 남아공 선교사 | 입력 : 2026/06/11 [12:56]

 

[ 유호근 詩線 ]

 

 《 수평선 너머의 합창 》▪︎ 작시: 유호근(예종)

 

 

바닷가에 앉아

파도의 오래된 설교를 듣는다.

 

밀려왔다가 물러가는 물결은

태초부터 반복된 시간의 문장을 쓰고,

 

바람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백발의 머리칼을 넘기며

잊힌 계절들을 한 장씩 펼쳐 보인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물소리,

그 짧은 파열 속에도

영원은 숨어 있고,

 

허공을 가르는 새들의 날갯짓은

자유를 꿈꾸던 인간의

가장 오래된 철학을 그린다.

 

나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그곳,

실은 만나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서로를 향하는 경계이다.

 

그 선 위에서

플라톤의 이데아도,

노자의 도(道)도,

붓다의 침묵도,

성자의 기도도

하나의 푸른 빛으로 녹아든다.

 

기억은 파도처럼 밀려와

젊음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검게 물들인 머리카락은

세월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꿈꾸고 있다는

영혼의 마지막 깃발처럼 흔들린다.

 

저 멀리,

보이는 것보다 더 먼 곳에서

천상의 합창이 들려온다.

 

별들은 악보가 되고,

은하는 현악기가 되며,

바람은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되어

만물의 숨결을 이끈다.

 

그때 깨닫는다.

 

인생은 소유의 항해가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순례였음을.

 

파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고,

인간은 죽는 것이 아니라

영원으로 건너가는 것임을.

 

수평선 너머,

시간이 멈추는 나라에서

눈물은 강물이 되어 빛나고,

사랑은 언어를 벗어 노래가 되며,

모든 상처는 별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창조주의 품 안에서

우주와 영혼이 하나 되어

영원의 멜로디를 부를 때,

 

바다도,

바람도,

새들도,

지난날의 추억도,

나의 작은 생애도

한 음표가 되어

천국의 대합창 속으로 흘러간다.

 

 

Choir Beyond the Horizon

 

 

Poem by Ho Geun Yoo (Yejong)

 

 

Seated by the shore,

I listen to the ancient sermon of the waves.

 

The tides, advancing and retreating,

write sentences of time

repeated since the dawn of creation,

while the wind, with its invisible hand,

sweeps through my silver hair

and unfolds forgotten seasons

one page at a time.

 

The sound of water breaking upon the rocks—

within that brief fracture,

eternity hides.

 

The wings of birds crossing the open sky

sketch humanity's oldest philosophy:

the longing for freedom.

I gaze toward the horizon.

 

There,

where sea and sky seem to meet,

yet never truly touch,

they remain forever drawn

toward one another.

 

Upon that distant line,

Plato’s Ideal Forms,

Laozi’s Way,

Buddha’s silence,

and the prayers of saints

dissolve into a single blue radiance.

 

Memories return like waves,

leaving footprints

upon the sands of youth.

 

The hair I have darkened

is not an attempt

to deceive the years,

but a banner of the soul

still daring to dream.

 

Far away—

farther than sight can travel—

a heavenly choir begins to rise.

 

The stars become sheet music,

the galaxy a stringed instrument,

and the wind,

an unseen conductor,

guides the breathing of all creation.

 

Then I understand:

life was never a voyage of possession,

but a pilgrimage

in search of meaning.

 

A wave does not disappear;

it returns to the sea.

 

A human being does not perish;

he crosses into eternity.

 

Beyond the horizon,

in the land where time stands still,

tears become rivers of light,

love sheds the garments of language

and becomes song,

and every wound

is transformed into a star.

 

And at last,

within the embrace of the Creator,

when the universe and the soul

are joined as one

and sing the melody of forever,

the sea,

the wind,

the birds,

the memories of days gone by,

and even my small life

become a single note,

flowing into

the great celestial chorus

of Heaven.

 

《수평선 너머의 합창》에 대한 작가의 노트

 

시인: 유호근(예종)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와 시간, 그리고 영원에 대해 묵상한 시입니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것은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마치 태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하나의 설교처럼 들립니다.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물결은 인간의 생애를 닮았고,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방울은 우리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시에서 수평선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이 평생 추구하는 진리와 영원의 상징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만나지 않는 그 경계는, 인간이 끝없이 갈망하지만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 세계를 의미합니다.

 그곳에서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철학, 종교와 신앙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하나의 푸른 빛 속으로 녹아듭니다.

 

 또한 이 시에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검게 염색한 머리카락은 단순히 젊음을 붙잡으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영혼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육신은 늙어가지만 영혼은 여전히 수평선 너머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시의 후반부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합창은 죽음 이후의 세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전체가 창조주의 질서 안에서 부르고 있는 생명의 노래입니다.

 별과 은하, 바람과 파도, 새와 인간은 모두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이며, 각자의 삶은 하나의 음표가 되어 영원의 음악을 완성해 갑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인간의 삶이 소유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순례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파도가 바다로 돌아가듯, 인간도 결국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갑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귀향이며, 영원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하나의 현실입니다.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 고백인 동시에, 모든 존재가 함께 부르는 우주적 찬가에 대한 작은 기록입니다.

 

― 영원을 향한 순례의 노래《수평선 너머의 합창》에 대한 신학적·철학적·문학적 비평

 

 

1. 신학적 비평

– 파도에서 천국까지, 귀향의 신학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본질적으로 ‘귀향(Homecoming)’의 신학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파도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순환을 보여주는 영적 상징으로 읽는다.

 

 "파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고, 인간은 죽는 것이 아니라 영원으로 건너가는 것임을."

 

 이 구절은 죽음을 소멸이 아니라 귀환으로 이해하는 기독교적 종말론의 핵심을 함축한다.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주의 품에서 나와 다시 그 품으로 돌아가는 영적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은 요한계시록적 상상력을 연상시킨다.

 

 "눈물은 강물이 되어 빛나고, 사랑은 언어를 벗어 노래가 되며, 모든 상처는 별이 된다."

 

 이곳에서 상처는 치유되고, 눈물은 변형되며, 인간의 고통은 영광으로 승화된다. 이는 단순한 낭만적 위안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시적 형상화이다.

 

 또한 "천상의 합창"은 인간만의 찬양이 아니라 우주 전체가 참여하는 우주적 예배(Cosmic Worship)를 의미한다.

 

 별과 은하, 바람과 바다, 인간의 생애까지 하나의 합창으로 묶이는 구조는 창조 세계 전체가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시편의 우주적 영성을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죽음 이후의 천국을 노래하는 시가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도 이미 시작된 영원의 현실을 증언하는 신학적 명상시라 할 수 있다.

 

 

2. 철학적 비평

– 존재와 시간, 그리고 수평선의 형이상학

 

 이 시의 중심 상징은 단연 ‘수평선’이다.

 

 수평선은 보이지만 도달할 수 없고,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만나지 않는 경계이다.

 

 시인은 이 공간을 통하여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갈망을 형상화한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그곳, 실은 만나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서로를 향하는 경계."

 

 이는 인간이 절대 진리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코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철학적 운명을 상징한다.

 

 특히 시 속에는 동서양 사상의 대화가 등장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도, 노자의 도(道)도, 붓다의 침묵도, 성자의 기도도 하나의 푸른 빛으로 녹아든다."

 

 이 부분은 진리를 향한 다양한 사유들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초월적 실재를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절대적 형상이며, 노자의 도는 만물의 근원적 원리이고, 붓다의 침묵은 언어를 초월한 깨달음이며, 성자의 기도는 신과의 합일을 향한 열망이다.

 

 시인은 이 모든 사상적 흐름을 대립이 아닌 통합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특정 사상을 주장하기보다 인간 존재가 공유하는 궁극적 물음을 탐색하는 철학적 순례시로 읽힌다.

 

3. 문학적 비평

– 바다를 우주적 오케스트라로 확장한 상징의 미학

 

 문학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상징의 확장성에 있다.

 

 시는 파도, 바람, 새, 수평선이라는 익숙한 자연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우주적 규모의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특히 다음 구절은 이 시의 상상력이 절정에 이르는 부분이다.

 

 "별들은 악보가 되고, 은하는 현악기가 되며, 바람은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되어 만물의 숨결을 이끈다."

 

 여기서 우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된다.

 

 별은 악보, 은하는 악기, 바람은 지휘자, 인간은 음표가 된다.

 

 이는 개별 존재를 넘어 전체 존재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연결되는 장엄한 비전을 제시한다.

 

 또한 시의 언어는 지나치게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상징성을 유지한다.

 

 "파도의 설교", "영혼의 마지막 깃발", "시간이 멈추는 나라", "모든 상처는 별이 된다"

 

와 같은 표현은 독자의 감성과 사유를 동시에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 시는 자연시, 명상시, 종교시, 철학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통합적 서정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단순히 바다를 바라보며 쓴 감상시가 아니다.

 

 이 작품은 파도와 바람, 수평선과 별빛을 통하여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영원의 문제를 탐구한 영적 서사시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초월, 기억과 귀향을 노래한 철학적 명상시이다.

 

 신학적으로는 영원한 귀향의 복음을 노래하고, 철학적으로는 존재의 근원과 진리를 탐구하며, 문학적으로는 자연의 풍경을 우주적 합창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수평선 너머의 합창》은 한 노년의 시인이 바닷가에서 들은 파도 소리를 인간 존재 전체의 노래로 확장시킨 작품이며, 유한한 삶 속에서 영원을 응시하는 현대적 순례자의 찬가라 평가할 수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