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숫자와 거리의 현실...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 발언을 둘러싼 논쟁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6/22 [10:03]

호황의 숫자와 거리의 현실...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 발언을 둘러싼 논쟁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6/22 [10:03]

▲ #반도체 #삼성 #팹리스 #AI 자료사진     ©신문고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반도체 산업과 주가 상승, 기업 영업이익 개선, 세수 증가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경제가 역대급 호황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주가 상승, 기업 영업이익 개선, 세수 증가, 경상수지 흑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명품 소비와 부동산 매수 심리까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부동산 양도세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제 전반에 온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바라보는 경제와 국민이 살아가는 경제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경제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발언은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수출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으며 주식시장도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호황의 신호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 스스로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고 말했다. 사실 이 한마디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고통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곧바로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이 수백조 원의 이익을 내더라도 동네 식당, 편의점, 의료매장, 전통시장 상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도 아니다.

 

낙수효과는 허상에 불과한 경제 논리

 

과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혜택이 협력업체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게까지 흘러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일정 부분 작동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로 변화했다.

 

대기업의 이익은 늘어나도 고용 증가 효과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자동화와 AI 기술 확산으로 생산량은 높아졌지만 신규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은 임금 상승보다 주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투자 확대에 우선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제성장의 과실은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투자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 서울 회현역 지하상가    

 

숫자의 호황, 골목의 불황

자영업자 없는 경제 회복은 허상이다

 

코로나 시절 누적된 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장기 저리 대환대출과 채무조정 확대, 폐업 후 재기 지원 프로그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는 경제 전망보다 당장 다음 달 이자를 갚을 수 있느냐가 더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와 대출이자, 인건비에 신음하고 있다.

 

상가 임대료는 자영업자의 가장 큰 고정지출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은 상승했지만 소비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 완화,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확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폐업 및 재창업 지원 등 실질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배달앱과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매출은 늘어도 플랫폼 비용 때문에 실제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자영업자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부가 말하는 경제 호황이 진정한 호황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도체 공장의 불빛만큼 재래시장에도 불빛이 밝아져야 하고,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자영업자의 생존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성장의 과실이 자산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만 한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자산시장 회복을 경제 회복의 신호로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집값 상승과 부동산 거래 증가가 반드시 서민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로 다가올 수도 있다.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정책의 핵심은 낙수효과가 아니라 직접효과

 

명품 소비 증가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고소득층의 소비 확대가 전체 국민의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백화점 명품관이 붐빈다고 해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까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낙관론보다 서민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반도체, AI, 배터리 산업의 성장 성과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증시가 오르고 반도체 수출이 늘어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자영업자가 폐업을 고민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전통시장 상인의 매출은 줄어들 수 있다.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해도 동네 식당은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아래로 흐르기를 기다리기보다 세제·재정·금융정책을 통해 골목상권과 서민경제에 직접 전달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코스피 지수가 아니라 동네 가게의 손님 숫자이고, 반도체 수출액이 아니라 시장 상인의 하루 매출액이다.

 

정부가 말하는 경제 호황이 진짜 호황이 되려면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회복에 머물지 않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경제는 숫자로 말하지만 민생은 체감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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