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세운 핵심 국정철학 가운데 하나는 실용주의였다. 진영 논리를 넘어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인사 정책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와 지지층 일각에서 적지 않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은 주변에 일부 불만 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등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협치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라는 명분이 자칫 정치적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지지 기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실용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정체성과 지지층의 기대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잇따라 중용되고, 민주당 지지층이 비판해 온 검찰 출신 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기용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 큰 논란은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고 윤석열 내란 사태를 지지한 인물 가운데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도 없는 인물을 중요 보직에 중용하는 것이 과연 민주당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문제는 이러한 인사가 지지층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이다.
이것이 과연 실용주의인가, 아니면 탕평책인가라는 질문도 나온다. 실용주의는 원칙적으로 성과와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인사 철학이다. 반면 탕평책은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세력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사 전략에 가깝다.
따라서 보수 진영 인사를 발탁했다고 해서 반드시 실용주의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반대로 탕평책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의 교체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정치는 단순히 행정이 아니다. 특히 정권교체를 이뤄낸 지지자들은 단순히 정치·경제 정책만이 아니라 가치와 철학을 기대했다. 검찰개혁, 권력기관 개혁, 공정한 사회질서 확립 등 특정한 가치와 방향의 변화 또한 기대했다. 특히 계엄 관련 논란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속에서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 입장에서는 정권교체가 단순한 권력 이동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구현이었다.
최근 나타나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되는 40~50대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지표가 개선되고 증시가 상승해도 체감되는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민심은 조석변(朝夕變)처럼 쉽게 돌아서기 마련이다.
실제로 최근 자산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의 과실이 대형 자산 보유자들에게 집중되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중산층과 서민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하더라도 많은 국민은 자신의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란성 인사까지 이어질 경우 지지층은 “우리가 원했던 변화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실용주의가 성공하려면 국민들에게 납득 가능한 기준과 명확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능력이 있으니 기용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사의 배경보다 인사의 기준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왜 그 사람인가이다. 해당 인사가 어떤 전문성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왜 다른 후보보다 적임자인지, 과거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핵심 지지층은 단순히 자리를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선택했던 정부가 약속했던 가치와 원칙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용주의가 성공하려면 능력주의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성과 국민적 공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훗날 국민 통합을 이뤄낸 성공적 실용주의로 평가될지, 아니면 지지층 이탈을 초래한 원칙 없는 탕평책으로 평가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실용주의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인사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에서 인사는 곧 철학이고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또 다른 가치는 신뢰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가 국민 통합과 국정 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지층이 이를 원칙의 후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실용주의는 오히려 독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면 그 어떤 국정 성과도 정치적 부담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정책은 지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실용주의가 통합의 정치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지지층 이탈을 부르는 원인으로 기록될지는 앞으로의 인사 원칙과 국민 설득 과정에 달려 있다.
#이재명정부 #실용주의인사 #인사논란 #국민통합 #탕평인사 #정치개혁 #국정운영 #민주당 #지지층이탈 #정치신뢰 #인사원칙 #국정철학 #정치칼럼 #조찬옥 #민주화추진협의회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