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옥 칼럼] 한국 기업의 위기, 한계기업 급증이 보내는 경고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7/01 [11:44]

[조찬옥 칼럼] 한국 기업의 위기, 한계기업 급증이 보내는 경고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7/01 [11:44]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세금과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다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주요국 상장기업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27.6%가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더욱 우려되는 점은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사실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머물 경우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이 네 번째 수준이었지만, 짧은 기간 동안 급격히 악화됐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만으로 3년 이상 금융권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도 이익이 부족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태이며, 부족한 자금은 추가 대출이나 자산 매각으로 메워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결국 구조조정이나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왜 한국 기업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와 저성장이 동시에 이어지는 경제 환경이다. 코로나19 당시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기업들의 금융비용은 크게 늘었다. 한국 역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했고, 과거에는 버틸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경기 둔화는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내수 소비는 위축됐고 수출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갈등 등의 영향을 받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높은 가계부채와 금리 부담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때 연간 5~7% 성장하던 한국 경제는 이제 2% 안팎의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의 매출과 투자 여력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수 있으며, 혁신과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개혁, 저출산 대응이 성장 회복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제조업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건설과 부동산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건설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고, 미분양 증가와 함께 금융권과 협력업체, 지역경제까지 연쇄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 위축, 고금리,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 온라인 소비 확대가 동시에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예술·여가·스포츠 산업 역시 경기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업종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 플랫폼 중심의 소비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상권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행객은 증가하고 있지만 숙박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커졌고, 지방 숙박업소는 관광객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와 일부 자동차 산업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철강, 석유화학, 기계, 섬유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 과잉, 원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과거 저가 생산국이었던 중국은 이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와 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현지 생산과 투자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과 해외 투자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국내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한계기업 증가는 국민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역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력 확보는 어려워지고 소비시장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경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는 줄어들고 신규 채용도 감소한다. 청년층의 취업 기회는 줄어들고 가계소득 감소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금융권 역시 안전하지 않다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금융권의 부실채권도 함께 증가한다. 은행은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하게 되고 정상적인 기업들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경제 활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 자체보다 장기화가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까지 장기간 지원하면서 이른바 '좀비기업'이 증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고금리라는 외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단순히 기업 경쟁력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이 늦어질수록 미래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저성장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신성장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어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규제 개선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생산시설이 확대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연구개발과 첨단산업 투자가 확대되면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고 수출 확대와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규제 혁신과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과 교육 혁신을 통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되 국민의 안전과 환경,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필수 규제는 유지하는 균형 있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 역시 변화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머물러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 디지털 전환, 해외시장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위기는 분명하지만 이를 산업혁신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소비가 살아난다. 소비가 살아야 기업이 다시 성장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중요한 경고장이다.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국 경제의 10년이 달라질 것이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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