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아이들의 폭력, 어른들의 침묵""촉법소년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 사회다"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학교폭력은 더 이상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폭력은 점점 잔혹해지고, 피해 학생의 상처는 평생의 아픔으로 남는다. 최근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하향하는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학폭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례를 심의한 기자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과연 문제는 나이일까.
심의 대상에는 이제 열 살 남짓한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다. 아직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친구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폭력적이지 않다. 그들은 가정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익히며, 사회를 보면서 성장한다. 결국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사회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 드라마가 많은 공감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학교폭력과 무너진 교육의 권위를 보며 사람들은 극 속에서나마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 자체가 오늘날 교육 현실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무관심이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고, 공동체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며,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아이들은 그것을 가장 먼저 배우게 된다.
학교폭력은 아이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법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처벌만으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존중과 배려, 책임과 공동체 의식을 다시 세우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의 말 한마디, 교사의 관심 어린 눈빛, 어른들의 책임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있는가.
경쟁은 가르쳤지만 배려는 잊고, 성공은 강조했지만 책임은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학교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쌓여 온 사회의 무관심과 이기주의가 아이들의 모습으로 드러난 결과일 수도 있다.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은 먼저 거울 앞에 서야 한다.
좋은 사회는 아이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아이들은 우리의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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