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심춘보 논설위원 = 당 태종이 하루는 신하들을 불러 묻습니다.
"나라를 세우는 것(창업)과 그것을 지켜 나가는 것(수성)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이에 대해 신하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명재상 방현령은 창업이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천하가 혼란할 때 영웅들이 패권을 다투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아 나라를 세우는 과정은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그러므로 창업이 더 어렵습니다."
반면 태종에게 늘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제왕의 자리는 어렵게 얻지만, 일단 자리에 오르면 교만해지고 정사에 게을러지기 쉽습니다. 백성은 지쳐가는데 정치마저 흐트러지면 결국 나라가 쇠망합니다. 그러므로 지키는 것이 창업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모두 들은 당 태종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방현령은 나와 함께 천하를 누비며 구사일생 끝에 창업을 이루었기에 창업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고, 위징은 나와 함께 정사를 돌보며 교만과 사치가 나라를 망칠까 걱정하기에 수성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이제 창업의 고난은 지나갔으니, 앞으로는 그대들과 함께 수성의 어려움을 이겨 나가겠다."
오늘의 민주당이 바로 이러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정치에서 수성은 단순히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수성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수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장, 즉 시대에 맞는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은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닙니다.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에는 예상보다 훨씬 거센 저항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러한 자세 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인사의 발언 하나가 진영을 둘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창업의 과정에서는 함께했던 동지가 수성의 과정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 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행은 언제나 그 무게만큼의 책임을 동반합니다. 영향력이 큰 인물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치 문화입니다. 한 사람의 발언 하나에 과도하게 흔들리고, 그것이 곧 진영 전체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은 결코 성숙한 정치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요컨대 수성을 위해서는 변화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합니다. 충언은 조직을 살리는 자산이지만, 갈등을 증폭시키고 내부를 분열시키는 언행은 충언과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시작한 말이라도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결속을 해친다면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폐쇄와 배제의 정치로는 수성도, 더 나아가 미래의 새로운 창업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에게 더 넓은 길을 열고, 더 큰 연대를 만들어 가는 정치만이 민주당의 수성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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