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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天上)의 풍류 》
― 구름 위에서 읽는 존재의 경전
▪︎작시: 유호근(예종)
구름을 베고 바람의 등뼈를 타고 한 조각 하늘에 식탁을 펼치니, 따뜻한 커피 한 잔에서 태초의 안개가 피어오르고, 향기는 시간보다 먼저 내 영혼의 문을 두드린다.
나는 지금 쇠붙이의 날개를 빌려 날고 있으나, 실은 기계가 아니라 비워진 마음 하나가 우주를 건너고 있었다.
발아래 굽이치는 산맥은 대지가 수억 년 동안 기도 끝에 접어 올린 두 손, 강물은 흘러가는 물이 아니라 영원을 향해 쓰여지는 한 줄의 문장이다.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배 한 척, 먹물 한 점처럼 작아 보이나 그 안에도 누군가의 사랑과 눈물, 탄생과 이별, 한 생애의 우주가 흔들리고 있다.
높이 오른다는 것은 세상을 작게 보는 일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도 무한이 숨어 있음을 비로소 배우는 일.
하늘은 나를 높이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어 티끌 하나에도 은하가 깃들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장자의 붕새는 구만 리 창공을 날았으나, 참된 비상은 욕망을 벗어나는 한 걸음이었고, 노자의 도(道)는 말없이 만물을 흐르게 하였으며, 선가의 달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부처는 한 송이 연꽃으로 침묵을 설했고,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에서 가장 낮은 곳이 가장 높은 하늘임을 증언하셨다.
그 순간, 나는 신선이 된 것이 아니었다.
신선이 되려는 마음마저 바람에 흘려보낸 자리에서, 비로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우주와 화해하고 있었다.
구름은 흘러가고, 비행기는 언젠가 착륙하겠지만, 한 번 넓어진 영혼의 하늘은 다시는 지평선 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도 별들은 침묵으로 세상을 밝히고, 나는 그 침묵의 한 음절을 품은 채 끝없이 펼쳐진 창공을 지나 마침내 나 자신에게 도착한다.
그곳에서 알았다.
가장 먼 여행은 천 리를 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우주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찰나의 귀향(歸鄕)이라는 것을.
■ 작가의 노트 《천상(天上)의 풍류》를 쓰며
우리는 흔히 하늘을 높이의 공간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하늘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의식의 자리입니다. 비행기는 인간의 기술이 만든 문명이지만, 그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문명을 넘어 우주적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구름 위에서 내려다본 산맥과 바다, 강과 배는 크기와 높이의 질서를 뒤집습니다. 거대한 산은 손바닥 위의 주름처럼 작아지고, 점 하나처럼 보이는 배 안에는 한 인간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온 우주와 맞먹는 생명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세상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도 무한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 이것이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첫 번째 사유입니다.
이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세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녹아 있습니다. 장자의 "붕새(鵬)"는 인간 존재가 꿈꾸는 자유를, 노자의 "도(道)"는 만물을 흐르게 하는 자연의 질서를, 선불교의 달과 손가락은 형상을 넘어 본질을 바라보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여기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함께 놓은 것은 서로 다른 종교를 혼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간을 자기중심성에서 해방시키는 보편적 진리의 울림을 문학적으로 조명하기 위함입니다.
철학적으로 이 시는 존재론과 현상학, 그리고 우주적 인간학을 배경으로 합니다. 인간은 우주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우주를 성찰하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 역설 속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지배가 아니라 겸손과 경외에서 비롯됩니다.
문학적으로는 풍경을 단순한 묘사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존재를 해석하는 상징 체계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구름은 초월의 문턱이며, 커피 향은 기억과 희망의 시간성을, 강은 영원으로 흘러가는 생명의 문장을, 바다는 인간 운명의 깊이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가 도달하고자 한 결론은 '비상(飛上)'보다 '귀향(歸鄕)'입니다. 가장 먼 여행은 먼 하늘을 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잃어버렸던 본래의 존재를 다시 만나는 여정입니다. 인간은 세상을 정복할 때보다 우주의 질서와 화해하고, 창조주 앞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천상의 풍류》는 결국 비행기 여행을 노래한 작품이 아닙니다. 하늘을 통해 인간을 읽고, 인간을 통해 우주를 읽으며, 우주를 통해 창조주의 섭리를 묵상하는 하나의 영적 순례기입니다. 독자들이 이 시를 읽으며 잠시라도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영혼을 하늘의 침묵에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이 작품이 품은 가장 깊은 소망입니다.
― 유호근(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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