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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연이어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투자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초기와 같은 비상사태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킷브레이커는 시장이 극심한 공포에 빠졌을 때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매도를 막기 위해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다. 평상시에는 거의 발동되지 않는 비상장치가 연속으로 작동했다는 것은 단순한 주가 조정을 넘어 시장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ETN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민은 도대체 이 상품이 무엇이며, 왜 불과 몇 달 만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할 정도로 문제가 커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왜 문제가 커진 뒤에야 대책이 나오는가
정책은 사후약방문이 돼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전 위험 관리와 시장 충격 대응이 충분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었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정책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론과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요구가 실제로 타당한지는 국회와 감사기관의 정책 평가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위험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두 개 금융상품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단기 투기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시장에 필요한 것은 투기가 아니라 신뢰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단일 종목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시장 충격을 사전에 점검하는 상시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심사와 투자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연기금과 기관 중심의 장기 투자를 확대해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 결정 과정과 금융감독의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자본 이탈과 투자 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과 시장의 구조적 회복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향후 시장의 방향은 투자 심리와 정책 신뢰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국민의 자산시장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증시 급락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금융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며,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다. 무너진 시장은 자금으로 살릴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는 책임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 없이는 결코 회복할 수 없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란 무엇인가
기존 ETF는 코스피200이나 반도체지수처럼 여러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5% 오르면 투자자는 약 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5% 떨어지면 약 10%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즉, 하루 변동 폭을 두 배로 확대하는 초고위험 금융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품이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와 결합할 경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왜 하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는가?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두 기업은 대한민국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다.
둘째, 거래량이 많아 상품을 운용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셋째,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련 상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넷째, 대표 우량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레버리지 구조에서는 작은 가격 변동에도 손익이 크게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결국 상승장에서는 자금이 몰리면서 상승세를 키웠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와 차익 실현이 동시에 발생해 낙폭을 더욱 확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왜 금융당국은 예탁금을 세 배로 올렸는가
정부는 7월 31일부터 이 상품을 매수하기 위한 기본예탁금을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의 위험성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조치다.
최근 한 달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약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700조 원 규모의 가치가 감소했다는 해외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만으로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가치 감소다. 특정 ETF 하나 때문에 발생한 피해액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폭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을 크게 증폭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당국이 예탁금을 높인 것은 단기 투기성 거래를 줄이고, 충분한 투자 경험과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투자자 중심으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상품이었다면 왜 처음부터 허용했는가.”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질문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시장의 과열 가능성과 개인투자자의 쏠림 현상을 충분히 예측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상품이 출시된 뒤 불과 짧은 기간 안에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예탁금을 세 배로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 설계와 위험 관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미국과 유럽에도 레버리지 ETF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일 종목 초고위험 상품에 대해서는 위험 고지, 투자 적합성 심사, 파생상품 위험 관리, 공시 의무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한 초고위험 상품은 장기 투자용이 아니라 단기 거래용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투자자 적합성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홍콩 역시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해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상품을 허용하고 위험성을 공지하는 차원을 넘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해도 언젠가는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이를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시장 조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기업의 가치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금융정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강화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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