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김용범 정책실장 사퇴…사람만 바꾸면 정책도 바뀌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9/02 [08:52]

[기자 칼럼] 김용범 정책실장 사퇴…사람만 바꾸면 정책도 바뀌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9/02 [08:52]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돼 경제·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대미 관세 협상과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주요 국정 현안을 조율해왔다.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핵심 참모로서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정책 책임론이 커졌고, 결국 김 실장은 8월 3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9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서 초대 정책실장은 정부 출범 이후 이어온 역할을 내려놓게 됐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불과 이틀 전 중폭 개각 당시까지만 해도 김 실장이 유임되는 것으로 비쳤다는 점이다. 이후 전격적으로 사퇴가 이뤄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책 혼선에 대한 문책으로 볼 것인지, 새로운 국정 운영을 위한 쇄신의 신호탄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한 사람의 거취만이 아니다. 정책실장이 왜 물러났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내놓고 국민의 삶과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부동산과 증시, 국민의 삶이 걸려 있다

 

정책실장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집값이 안정되고 증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국민의 재산과 삶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인사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과 일관성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과 무주택 서민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걸려 있고, 평생 마련한 집 한 채를 가진 은퇴 세대에게는 노후의 삶과 자산이 걸려 있는 절박한 문제다.

 

정부가 최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당초 9억 원으로 축소하려던 방침에서 다시 12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수정한 것도 정책을 둘러싼 국민적 반응과 시장의 불안을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세금과 부동산 정책은 작은 변화 하나에도 시장과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은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검토와 시장의 목소리를 거치지 않은 정책이 혼란을 불러오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 뒤 담당자 한 명이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책임정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책 쇄신은 ‘인사 교체’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퇴를 계기로 정부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것은 특정 인사의 책임 여부를 넘어 정책이 만들어지고 결정되는 과정과 국민에게 설명하는 소통 방식이다. 정책 실패의 원인이 구조와 시스템에 있다면 사람만 바꿔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숫자와 그래프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시장에서 뛰는 기업인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 은퇴를 앞둔 국민과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막을 수 있다.

 

더욱이 정기국회가 9월 1일 개회한 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국민 앞에서 그동안 추진한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잘된 정책은 이어가되 문제가 확인된 정책은 과감히 수정하고, 그 과정과 이유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쇄신의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과 결정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인적 쇄신은 결국 보여주기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김용범 실장의 사퇴가 정권의 책임 회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을 다시 점검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책 혼선이 있었다면 그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시장과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보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집값이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나며 증시가 신뢰를 회복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보여줘야 할 진정한 쇄신이다.

 

9월의 첫날을 지나 새로운 국정 운영을 준비하는 정부가 다시 새겨야 할 말은 분명하다. “인사는 바뀌어도 국정의 책임은 국민 앞에서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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