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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상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서 동맹을 공동의 안보자산이라기보다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호응하고 기여하느냐에 따라 평가하는 거래적 접근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려는 태도 역시 한국으로서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란 문제까지 한미동맹과 연결하며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에 한국의 지원이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동맹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지금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미 투자와 조선·방산 협력, 한미연합방위체계의 미래까지 어느 것 하나 미국과 무관한 것이 없다.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해도 구체적인 제도와 법적 절차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정치적 지지와 실제 권한의 확보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구체적인 협정과 미국 국내법, 국제 비확산체제라는 복잡한 절차를 넘어야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향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는다는 식으로 압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 외교가 직면한 딜레마다.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싶어도 당장 미국과 풀어야 할 국익이 너무 많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말을 삼킬 수밖에 없다. 속으로는 불편하고 답답하더라도 겉으로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 외교의 현실이지만, 여기서 한국 정부가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말을 아끼는 것과 굴종하는 것은 다르며, 협상을 위해 신중한 것과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조건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훨씬 냉정하고 치밀해져야 하며, 미국이 이란 문제에서 한국의 협력을 원한다면 한국 역시 한반도 안보와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원한다면 그 투자가 한국의 핵심 산업과 안보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협상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와 군사적 역할 확대를 요구한다면 한국의 전작권 전환과 독자적 방위 능력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지지한다면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 건조와 연료 확보, 관련 제도와 기술 협력이 가능한 수준까지 책임 있는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준비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동맹의 상호주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미국에 할 말을 다 하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이미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한 거래적 방식으로 동맹을 대한다면 한국 역시 감정이 아닌 냉정한 국익의 계산과 협상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이니 알아서 도와줄 것’이라는 순진한 외교도 안 된다. 반대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니 무조건 맞서야 한다’는 감정적 대응 역시 위험하다. 동맹은 감정이나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전략적 이해와 국익을 바탕으로 관리해야 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려 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실제 연합전투 수행 능력을 유지·검증하기 위한 군사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미사일 능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인적 친분과 국가안보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의 개인적 관계를 이유로 한국과의 군사훈련을 축소하려 한다면 한국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미국 대통령 개인의 대북외교와 판단에 맡겨도 되는가.’ 이 질문만큼은 동맹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동맹을 위해 반드시 제기해야 할 문제다.
동시에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중요하며 전작권 전환과 확장억제,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핵연료주기 문제, 대미 투자와 첨단산업 협력 등 수많은 현안에서 미국과 협상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반미’도 아니고 ‘굴미’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당당한 동맹이며, 미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외교다.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하되 대한민국의 핵심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우리의 요구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미국에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을 더 강하고 지속 가능한 동맹으로 만들자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시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에 필요한 기술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며, 핵연료주기 문제에서도 국제적 책임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대미 투자 역시 단순히 미국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강한 동맹은 한쪽을 약한 동맹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강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강해지는 것은 미국의 손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한국이 전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능력을 갖추고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하며 첨단 방산과 조선·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한미동맹의 힘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이 진정으로 강한 동맹을 원한다면 한국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니 대한민국도 더 이상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큰소리를 칠 수 없다면 협상장에서 더욱 치밀해져야 하고,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어렵다면 협상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증명해야 한다. 말보다 결과로 당당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외교의 진짜 시험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숨은 미국의 국익과 계산을 읽어내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과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 동맹을 지키면서 국익을 지키고, 미국과 함께 가면서도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이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당당한 외교다.
그리고 언젠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눈치를 보며 속으로만 말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인 대한민국도 요구할 것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반미도, 동맹 훼손도 아닌 주권국가와 동맹국 사이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외교의 모습이다.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힘이며, 감정이 아니라 협상력이다. 구호가 아니라 국익을 관철할 실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거래적 동맹관이 거세지는 시대에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가장 강력한 외교 전략이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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