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잼데믹·암장의 시대’ 이재명 정부 전방위 공격...개헌 논의 거부보완수사권 부활·재건축 규제 폐지·감세·연금개혁 등 ‘7대 약속’ 제시 강렬한 언어로 보수 지지층 결집…정책 대안보다 정권 비판 부각은 한계
[신문고뉴스] 김영남 기자 =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전면전 선언’에 가까웠다. 이재명 정부의 사법·경제·부동산·안보·재정정책을 사실상 전 영역에 걸쳐 공격하면서 제1야당의 대여 투쟁 노선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팬데믹을 합친 ‘잼데믹’, 정부를 겨냥한 ‘국민암장정부’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연설에서 ‘암장’이라는 표현을 10차례 사용했고,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재산권, 참정권까지 정부가 ‘암장’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연설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60여 차례 박수를 보냈고 민주당 의원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연설의 가장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는 ‘이재명 정부와는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전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 정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소취소 논의와 보완수사권 폐지, 대법관 증원, 배임죄 폐지 논의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정부·여당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향해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향후 정기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어디에 대여 투쟁의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보여준다. 정부의 개별 정책을 각각 비판하기보다 ‘대통령 사법리스크와 권력 집중’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정권 심판론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연설이 정권 비판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후반부에는 국민의힘이 추진하겠다는 ‘7가지 약속’을 제시하며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선 보완수사권 부활을 약속했고, 부부 간 상속세·증여세 폐지와 초과근무 소득에 대한 세 부담 완화,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한 새로운 재형저축 계좌 도입을 제시했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사전투표제 전면 폐지와 본투표 기간 연장 검토라는 상당히 강한 방안까지 꺼냈다.
부동산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했다. 청년·신혼부부의 생애 최초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 감면과 초저금리 대출 지원을 약속했다.
연금 분야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근로소득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에서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가채무 상환을 우선하고, 사회보험에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안보정책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색채를 분명히 했다. 군 복무 경력 인증제와 참전명예수당 최소 2배 인상뿐 아니라 한미 핵공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훈련 등을 핵억제력 강화 방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설의 정책적 골격만 놓고 보면 ‘작은 정부·감세·규제완화·재정건전성·강한 안보’라는 전통적 보수정당의 정책노선을 비교적 선명하게 복원하려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 원내대표가 연설 말미에 에드먼드 버크를 인용하며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보수다운 정치’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정체성 회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메시지가 연설 전반을 지배한 강도 높은 정치적 수사에 가려졌다는 점이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옥문’, ‘약탈’, ‘소매치기’, ‘사기극’, ‘인질극’ 등의 표현을 사용했고, 특히 이재명 정부를 두고 “정치는 히틀러처럼, 경제는 차베스처럼, 임기는 푸틴처럼”이라고까지 말했다. 야당 원내대표로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이 중도층까지 설득하는 정치적 언어였는지는 별개의 평가가 필요하다.
민주당 역시 바로 이 부분을 집중 공격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연설 직후 “극우 유튜버의 자극적인 선동”이라며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과 대안은 방기한 채 극우적 주장과 저주만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수구적 이념 공세”라고 평가하는 등 범여권은 일제히 정 원내대표의 표현 수위를 문제 삼았다.
결국 정점식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떤 야당이 되려 하는지는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고 사법리스크와 재정·부동산·안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동시에 감세와 규제완화, 재정건전성, 강한 안보라는 보수의 전통적 의제를 다시 전면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강한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과 ‘대안 야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날 연설에는 보완수사권 부활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 주택 지원과 연금개혁까지 적지 않은 정책 제안이 포함됐지만, 정작 연설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잼데믹’, ‘암장’, ‘히틀러·차베스·푸틴’ 같은 자극적인 표현에 집중됐다.
이는 정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어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을 야당 지지로 끌어오기 어렵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정책에 필요한 재원과 입법 전략은 무엇인지까지 보여줘야 대안 정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109석의 소수 야당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 원내대표 자신도 연설 말미에 이를 강조하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의석수가 부족할수록 필요한 것은 지지층만을 향한 강한 언어가 아니라 여론을 움직여 다수당을 압박할 수 있는 정책적 설득력일 수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무엇에 반대하는 야당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놨다. 이제 국민의힘에 남은 과제는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더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정기국회에서 7대 약속을 실제 법안과 예산으로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이날 연설이 강렬한 대여 투쟁 선언으로만 남을지, 보수 야당의 정책 전환점으로 기록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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