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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 아무리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정치적 책임이라는 더 높은 기준을 외면한다면, 그 정치는 결국 국민을 설득할 힘을 잃게 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까지 수행하겠다는 입장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법적으로 가능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과연 적절하고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선택인가에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후순위 후보자가 승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의원직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장관직은 국민을 위한 자리인가, 아니면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자리인가. 공직자는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치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하는 소통의 자세다. 의원직 겸직 문제를 비롯해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과 언론이 질문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검증받는 것이 고위공직 후보자의 책임이다.
불리하거나 민감한 질문에 침묵하거나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태도만 반복한다면 국민의 의문은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것은 그 순간부터 국민 앞에 자신을 내놓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자신의 논리만 옳다고 주장하며 국민에게 이해와 양보를 요구하는 순간 정치적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국민의 상식과 정치인의 판단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면 먼저 돌아봐야 할 쪽은 정치인이다.
특히 소수정당의 어려움을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국민에게 정당의 이해관계를 위한 선택이나 특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기본소득당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과 당원들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몫이다.
반면 성평등가족부를 책임지는 장관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자리다. 정당의 이해와 국무위원으로서의 책임이 충돌한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분명해야 한다.
용혜인 후보자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국회의원직과 장관직을 동시에 붙들면서 논란을 장기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장관이 되겠다면 최소한 의원직을 내려놓고 국정에 온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정치적 도리일 수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논란과 국민적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장관 후보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책임정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논란으로 정치적 신뢰 자체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한다면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길도 피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자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위임받은 공적 책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자리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다. 국민의 질문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국민의 눈높이보다 법적 가능성만을 방패로 삼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용혜인 후보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선택과 책임이다. 국회의원직과 장관 후보직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결단까지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정치의 주인은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도 아니다. 권력과 공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마지막 평가를 내리는 주체는 언제나 국민이며, 정치가 끝까지 두려워해야 할 것도 결국 국민의 판단이다. 오직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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