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물가교란 배민 풀무원 등 세무조사 착수…탈루 혐의액 1조 원

‘민생 물가 불안 조장’ 41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농축산물·가공식품·프랜차이즈·배달·패션 플랫폼 포함 사주 일가 사익편취 혐의 집중 점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26/09/14 [15:31]

국세청, 물가교란 배민 풀무원 등 세무조사 착수…탈루 혐의액 1조 원

‘민생 물가 불안 조장’ 41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농축산물·가공식품·프랜차이즈·배달·패션 플랫폼 포함 사주 일가 사익편취 혐의 집중 점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26/09/14 [15:31]

▲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외식·배달·패션 플랫폼 등 물가 불안을 조장한 탈세 혐의 업체 41곳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배달·패션 플랫폼 등 국민 생활비와 밀접한 분야에서 물가 불안을 부추긴 것으로 의심되는 41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14일 담합과 독·과점 등 불공정행위를 비롯해 원가를 부풀려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사업자들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개,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관련 업체 16개, 패션 플랫폼 업체 2개 등 총 41개다. 이 가운데 먹거리와 관련된 업체만 38개에 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원재료비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에 대응해 원가를 줄이기보다 판매가격을 올린 뒤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허위 원가를 계상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축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란 부추긴 양계업체, 무자료 거래·매출 분산 의혹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계란 생산농가 11곳과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 12곳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일부 양계업체는 계란 판매가격을 높여 받으면서 거래처에 계산서를 주고받지 않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판매대금을 사업용이 아닌 별도 계좌로 받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농업회사법인에 산란용 병아리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넘겨 이익을 이전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보조금을 수입으로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포착됐다.

 

또 다른 업체는 일정 사육두수 이하에서 발생한 축산소득에 대한 비과세 규정을 악용하기 위해 배우자 명의로 실체가 없는 양계장을 만든 뒤 매출을 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3자로부터 병아리를 구입하고도 배우자 명의 양계장과 거래한 것처럼 거짓 계산서를 주고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할당관세 혜택 받고 유령업체 통해 유통마진 챙겨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 가운데에는 할당관세와 저율관세할당 혜택을 받으면서 경비를 허위로 부풀리거나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업자들이 포함됐다.

 

0% 할당관세율로 돼지고기를 수입한 한 업체는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유통마진을 챙긴 뒤 단기간에 폐업한 혐의를 받는다. 근무하지 않은 대표자 친척에게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수억 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비용을 처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참깨 등을 수입한 한 업체는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위장 업체를 설립하고 매출을 분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 대표자의 배우자는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법인자금으로 여러 채의 아파트를 취득하고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 한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리베이트 매출을 누락하고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해 소득을 분산하는 한편, 법인자금 유출과 사주 일가의 아파트 취득, 고가 슈퍼카 사적 사용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 구조도. 자료=국세청 제공  

 

식품가격 올리고 사주 일가 회사에 이익 이전

 

가공식품 업체 12곳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일부 업체가 제품가격을 인상하면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원가를 왜곡하고 이익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소스와 만두류를 제조하는 일부 업체는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해외 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 종합식품업체는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랜차이즈 본사, 슈퍼카 구입하고 리베이트 은닉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전국에 2천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한 가맹본부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 지원 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유원지 내 알짜 직영점을 무상으로 넘긴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가맹본부의 사주는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한 대당 수억 원에 이르는 슈퍼카 3대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맹점 인테리어 업체에서 감리용역 대가와 각종 리베이트를 받아 은닉하고, 가맹 희망자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도 확인됐다.

 

배달 플랫폼, 국내 이익 1조 원대 해외 이전 혐의

 

배달 플랫폼 업체 1곳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해당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전가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에서 창출한 1조 원대 이익을 별도의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하고,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패션 플랫폼, 수수료 올리고 법인 아파트에 사주 거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한 패션 플랫폼 업체 2곳도 조사받는다.

 

이들 업체는 매출을 고의로 누락하고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와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하거나 재고자산을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한 뒤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재료비와 유통비 등 생산원가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거래처와 정상적인 거래를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법인자금을 유출해 재산을 축적한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함께 점검한다.

 

국세청은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명의대여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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